[기업‘S토커] 한진家 지분 매입한 GS ‘백기사’ 선긋는 이유는?
2019-12-04 07:30
③한진그룹-3: 조원태 한진 오너일가 향한 부정적 여론 의식
GS홈쇼핑 “전략적 투자” 주장…투자패러다임 변화 분석도
GS홈쇼핑 “전략적 투자” 주장…투자패러다임 변화 분석도
[데일리동방] GS홈쇼핑이 ㈜한진 지분 매입을 결정하면서 한진과 GS그룹 관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GS홈쇼핑이 KCGI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줘서다. 이에 ‘백기사’로 나섰다는 해석이 주를 이루지만 GS홈쇼핑은 ‘전략적 투자’로 정의하며 선을 긋고 있다. 백기사인지 바뀐 투자 패러다임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GS홈쇼핑은 지난달 23일 ㈜한진 지분 6.87%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취득금액은 약 250억원 규모로 블록딜 방식을 통해 사들이는 형태다.
이번 거래로 한진 오너 일가는 상속세 문제를 한시름 덜게 됐다. 오너 일가는 지난 4월 타계한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지분 상속을 위해 2000억원 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 GS홈쇼핑이 지분을 매입하면서 자금 문제가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다. 한진이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호적 관계인 GS그룹이 지분을 가져감으로써 경영권 방어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GS홈쇼핑과 한진은 25년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95년 GS홈쇼핑 모태인 한국홈쇼핑을 시작할 때부터 한진과 협업관계를 맺어왔다. 한진은 GS홈쇼핑 주요 협력사로, GS홈쇼핑 물량 중 약 70%를 배송하고 있다. GS홈쇼핑 이사회 중 기타비상무이사로 한진그룹 부동산관리 계열사인 정석기업 원종승 대표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우호적인 관계는 지분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한진과 대한항공은 GS홈쇼핑 지분 8%를 가진 주요주주다. 한진이 3.5%(22만9630주), 대한항공이 4.5%(29만5370주)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한진은 GS홈쇼핑 지분 매입에 대해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후 2005년 GS홈쇼핑 지분을 4.31%까지 줄였지만 2007년 다시 8%로 끌어올렸다. 이때 한진은 특별관계자 연명보고 누락으로 정정공시를 통해 대한항공과 한진이 보유한 GS홈쇼핑 지분율을 현재와 같이 밝혔다.
앞선 관계를 볼 때 GS홈쇼핑이 한진 지분을 사들인 건 백기사 역할이라는 재계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막상 GS 측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용 지분 취득으로, 홈쇼핑업계가 사실상 배송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자 파트너십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GS홈쇼핑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GS홈쇼핑 입장에서는 한진그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대중을 상대로 영업하는 GS에 연쇄 타격을 줄 수 있고, 지분 매입이 한진 오너 일가 돕기로 보인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결국 배송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진 말고는 투자 대상으로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7%도 되지 않는 지분 매입을 ‘사업 진출’로 보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GS홈쇼핑과 한진 관계가 이전부터 돈독했고, 최근 GS그룹 투자 방식을 살펴봤을 때 소수 지분 매입도 의미 있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과거처럼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게 아닌 지분 투자 등 ‘간접투자’ 방식으로 동맹을 만들고, 같은 편인 기업이 시장을 점유하는 방식의 투자 패러다임 변화로 볼 수 있어서다.
최근 GS칼텍스 투자도 유사한 방식이다. GS칼텍스는 2016년 말부터 카닥 오윈과 그린카 등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에 소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GS그룹이라는 ‘거대함’ 때문에 발 빠르게 할 수 없는 다양한 신사업 분야를 지분 투자로 간접 영위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GS홈쇼핑이 단행한 한진 지분 투자는 사실 백기사 성격이 더 짙다”면서 “이번 투자로 그룹 안에서도 물류사업을 할 때 다른 업체보다 한진과 먼저 협의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더욱 공고한 관계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S홈쇼핑 주주들 이익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한진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주식을 대량 매입해 추후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