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척 관계’ 원희룡-송재호...“버르장머리 없다” vs "비선실세냐“ 공방

2019-11-30 00:00
제주 제2공항 충돌..."대통령 기본 철학" vs "제2공항 질문자 문팬 대표"

‘인척 관계’로 알려진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송재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간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원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남자 박근혜”로 표현한 것을 두고 송 위원장은 “버르장머리 없다”고 맞섰다.

지난 28일 송 위원장은 제주도의회 의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 지사를 향해 “버르장머리 없이 그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날 대구 수성관광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 21’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남자 박근혜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해당 자리에서 원 지사는 “문 대통령이 잘 듣는 것 같지만 안받아들이고 특정한 문제에 굉장히 고집이 세다”며 “서면보고를 좋아하는 것도 특성”이라고 했다.

이에 송 위원장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원 지사를 저격한 뒤 “늘 해당 비서관이 문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보좌관이 별도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직접 현안을 챙긴다”며 “2장짜리 보고서로 만족하지 못하고 참고자료가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제주 제2공항’을 두고도 충돌했다.

이날 송 위원장은 지난 19일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주 제2공항 관련 발언을 한 데 대해 “대통령이 국토부의 제2공항 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제2공항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 입지에, 어떤 기준에 하느냐에 대해 논쟁과 갈등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역주민이 선택하는 게 맞다는 게 기본적인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도의회 특위에서 공론조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그 결정을 국토부나 제주도가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며 “법적으로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국토부가 쭉 가고 있는데 공론조사 결과 제주도의 의견이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참조해서 선회하지 않겠느냐”면서 정책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원 지사는 28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자칭 대통령 심복들과 버르장머리 없는 도지사’란 제목의 글을 올려 송 위원장을 비판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주 제2공항을 질문한 것은 제주의 문재인팬클럽 대표였다”며 “문팬 대표가 제2공항 공론조사를 집어서 질문했는데 대통령은 공항의 필요성과 함께 제주도민이 이미 제2공항을 선택했다고 답변했고, 공론조사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대통령이 직접 한 것이어서 국민이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며 “그런데 대통령 진의를 해석하고 끼어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송 위원장을 겨냥했다.

이어 “대통령이 그 뜻을 해석해주라고 심복을 제주에 보냈다는 말인가? 공항 업무의 책임자인 국토부 장관을 제쳐놓고 대통령의 진의를 따로 주장하는 자칭 심복은 비선실세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대구에 온 원희룡 제주지사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27일 오전 대구 수성관광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제90회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