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컬럼]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장동규교수
2019-11-29 10:09
파열 전 발견하면 완치율 92%
일반적으로 뇌신경 또는 뇌혈관 질환은 두통이나 어지럼증과 같은 전조증상을 동반할 수 있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두통을 단순한 통증으로 여기고 가볍게 넘기면 위험할 수 있다. 뇌혈관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두통은 매우 위험하다. 발병하면 1/3이 사망에 이르는 뇌동맥류 파열은 질병의 심각성에 비해 일반인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장동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교수(신경외과, 사진)는 “뇌동맥은 몸속의 다른 동맥과 달리 혈관 주위 조직이 없고 뇌척수액이나 매우 부드러운 뇌조직에 직접 쌓여 있어 실시간 혈압의 변화에 따라 일정한 뇌혈류의 유지를 위해 혈역학적인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분지부위나 혈관이 굽은 부위에 혈관 근육층에 결함이 잘 생겨 서서히 부풀게 되는데 이를 뇌동맥류라고 한다”고 했다.
▶뇌동맥류, 전조증상 없어 더 위험… 계절과는 상관없어
뇌동맥류의 위험인자로는 우리나라의 경우 30대 이상, 여성,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가족력, 유전적 인자, 흡연 등이 꼽힌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30대 이하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40대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해 60대 이상에서 가장 발생가능성이 높다.
또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1.6배 많이 발생하고 고혈압은 1.5배, 심장질환은 2배, 뇌졸중가족력은 1.8배 뇌동맥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이외에 흡연으로 인한 뇌동맥류 크기 증가 확률은 1.45배로 흡연이 뇌동맥류 증가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뇌동맥류 파열이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다. 전조증상이 없어 발병 전에는 대비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뇌동맥류 파열 환자의 대부분은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혈관이 터졌을 때는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통을 느끼게 된다. 최초 뇌동맥류 파열 시 출혈이 한꺼번에 두개강 내 뇌지주막하 공간으로 흘러나오게 되는데, 파열 시 뇌혈관이 받는 압력의 크기에 따라 출혈의 양이 결정된다.
이때 극심한 두통에서부터 혼수상태 및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한다.
특히 같은 뇌동맥류 파열 환자라도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파열될 경우 병원 내원 전 사망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뇌동맥류는 유증상환자의 약 90%에서 뇌동맥류 파열 시 ‘뇌지주막하출혈’의 형태로 발견된다. 파열되지 않고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는 약 7% 정도다. 이때는 주위 뇌신경이나 뇌조직을 압박해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는데 한쪽 눈이 감기거나 지속적인 두통 또는 마비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나머지 3%는 건강검진이나 뇌동맥류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가벼운 두통으로 내원해 뇌혈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으로 우연히 발견된다.
장동규 교수는 “흔히 뇌동맥류 파열 등으로 인한 뇌출혈이 겨울철에 많이 생긴다고 알고 있는데, 뇌동맥류 파열은 특히 일교차가 클수록 발생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며 “뇌혈관도 신체의 다른 혈관과 같이 외부 기온의 변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CT뇌혈관조영술/MR뇌혈관조영술 통해 발견… 파열 전 발견하면 92%가 완치
뇌동맥류는 보통 뇌혈관 MR이나 CT 등 선별검사를 통해 발견되고, 이후 카테터뇌혈관조영술로 최종 진단을 내리게 된다. 카테터뇌혈관조영술은 대퇴동맥이나 우측 요골동맥을 통해 도관을 뇌동맥 내에 집어넣고 조영제를 주입하면서 촬영하는 침습적인 검사다.
장동규 교수는 “일반적으로 선별검사로서 단순 MRI나 단순CT 촬영 시에는 뇌혈관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정맥에 조영제를 직접 넣어 촬영하는 CT뇌혈관조영술이나 MR뇌혈관조영술을 촬영해야만 뇌동맥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에는 재출혈을 막기 위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는 인종, 고혈압, 나이, 뇌동맥류 크기, 이전 파열여부, 뇌동맥류 위치, 모양 등을 고려해 연간 파열의 위험성을 산정하고 치료에 의한 재발률 및 합병증의 가능성과 치료 전 환자의 나이 및 전신 상태를 고려해 치료를 결정한다.
뇌동맥류의 치료방법은 일반적으로 수술적 치료법과 보존적 치료법으로 나눈다. 수술적 치료법은 크게 두개골을 절개해 뇌동맥류의 입구를 클립으로 결찰해 혈류가 뇌동맥류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결찰술’과, 대퇴동맥을 천자하고 도관을 삽입해 미세도관을 뇌동맥류 안으로 유치시킨 후 매우 가는 백금코일을 미세도관을 통해 뇌동맥류 안으로 채워 넣어 혈류의 유입을 차단하는 ‘코일색전술’과 같은 ‘뇌혈관내수술’로 나뉜다.
예전에는 개두술 및 결찰술이 전통적으로 많이 시행됐지만, 2000년대 들어 뇌혈관내수술기법이 발달하면서 현재는 비슷한 빈도로 시행되고 있다.
장동규 교수는 “일단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경우 약 8%는 병원 오기 전에, 약 18%는 병원도착 후에 사망에 이르고, 약 55%만이 자발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치료할 경우에는 약 92%의 환자들이 완치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개선과 빠르고 적절한 치료가 예방 지름길
생활 속에서 뇌동맥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금연·절주, 체중 감량, 저염식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갑작스럽게 극심한 두통이 생길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거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장동규 교수는 “고혈압이 있거나 흡연 및 음주를 하는 경우에는 뇌동맥류 파열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만큼 철저히 조절하고 삼가야 한다. 특히 흡연은 뇌동맥류의 크기 증가와 관련이 깊다”며 “뇌동맥류를 진단받거나 가족력 및 극심한 두통이 있는 경우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해 상담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뇌동맥류의 파열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