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다음 주 공식 방한, 韓·中 관계 복원 신호탄…시진핑 답방도 가시권

2019-11-28 17:10
왕이 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내달 4~5일 공식 방한…2014년 이후 5년여 만
왕이, 방한 둘째날 문재인 대통령 예방할 수도…당국자 "中 청와대 방문 추진 중"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음달 4∼5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왕 위원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 이후 처음이다. 양자 차원의 공식 방한은 2014년 5월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장기간 꽉 막혔던 한·중 관계의 복원 신호가 뚜렷해짐에 따라 ‘한한령(限韓令)’ 해제의 빗장이 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초가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도 가시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28일 외교부는 왕 위원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초청으로 다음달 4∼5일 1박 2일간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과 왕 위원은 방한 첫날 회담을 통해 △한·중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다.

이 자리에서 다음달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사전조율이 이뤄진다. 한·중 정상회담 등의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의 방한 문제도 언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상호 관심사”라며 “양측이 시 주석의 방한에 공감하고 있으니 논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한 이틀째인 다음달 5일 왕 위원의 문재인 대통령 예방 가능성도 나온다.

이 당국자는 “중국 측에서 (왕 위원의) 문 대통령 예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한) 첫날 일정이 빠듯해 보여 둘째 날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관계 복원의 마중물인 시 주석 방한 시기는 연내보다는 내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책임교수는 시 주석의 방한 시기를 내년 중으로 봤다. 

김 책임교수는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임기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중국대사 내정자가 취임한 뒤 시 주석이 일본을 가기 전 한국에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책임교수는 내달 중국에서의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작을 것으로 봤다. 그는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한다”며 “문 대통령과 리 총리 간 단독 만남이 이뤄질 수는 있어도, 시 주석과의 회담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가 이례적으로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이 아닌 지방도시 청두에서 열리는 것도 걸림돌이다. 중국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시 주석이 별도로 청두를 방문하거나, 문 대통령이 베이징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 당국자는 “만일의 경우 주석이 올 수도 있다”며 양국 정상의 만남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왕 위원이 이번 방한에서 사드 배치 철회보다는 미국의 한국 내 중거리미사일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드러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이후 한·일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움직임에 중국은 반대한다고 압박할 것이라는 얘기다.

추 대사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관계 오늘과 내일’ 세미나에서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後果)를 초래할지 여러분들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