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C 착공, 정의선 부회장 ‘시드머니’ 현대ENG에 쏠리는 눈
2019-11-29 07:33
높아진 IPO 추진 가능성…’신용등급 강등’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는 매력 부각
서울시는 현대차그룹 신사옥 GBC 건축을 허가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지난 2월 접수 이후 9개월 만이다. 신축사업 마지막 쟁점이었던 국방부(공군) 협의가 단계적인 작전 제한사항 해소로 합의된 데 따른 것이다. 착공은 내년 1분기 시작할 것으로 전해진다.
GBC는 현대차가 3조7000억원 규모의 건설비를 투입해 짓는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종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공사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수주금액은 2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등 여타 계열사도 건설 관련 철근, 건자재 등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공사비 지출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현대건설 지분 34.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기아차는 현대제철 지분 35.9%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감안하면 계열 실적 상승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된다.
정작 문제는 현대차(AAA→AA+)와 기아차(AA+→AA) 신용등급 강등이다. 두 기업 모두 시장으로부터 부채조달 의존도가 낮고 현금성자산이 풍부해 차환 등에는 무리가 없다. 다만 낮아진 수익성과 미래 자동차시장 선점을 위한 비용증가 등은 부담이다. 잉여현금흐름(FCF)이 제한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 기술 회사 앱티브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미래 자동차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현대차그룹의 총 투자규모는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지분 50%)로 현대차 26%, 기아차 14%, 현대모비스 10%를 각각 보유한다.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차 대비 JV 지분율, 자기자본대비 투자규모가 모두 낮지만 시장에서는 앱티브와 합작에서 가장 큰 수혜주로 꼽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동화와 핵심부품, AS부문이 두각을 나타낸 가운데 논캡티브(비계열사) 물량이 증가했다.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현대모비스 성장 가능성은 높아진다. 국내 신용평사 기준 현대모비스 신용등급이 없다는 점은 그룹 이슈로부터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꼽힌다. 인적분할 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투자부문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올해 3월 상장한 현대오토에버 지분 활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GBC 건축허가로 현대ENG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비상장사인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지분은 11.72%다. 현대ENG 직상장 또는 우회상장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만큼 활용 가능성이 높고 방안도 넓은 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모비스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발표한 가운데 관심은 후자에 집중되고 있다”며 “자사주 소각을 머뭇거린다면 ‘자사주 마법’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자사주를 소각하면 성장 기대감 등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을 중심으로 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는 물론 현대ENG 가치를 높여 직접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고 시장 잡음을 줄이는 원론적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