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용등급 강등에 희비 엇갈린 금융계열사

2019-11-27 13:27
현대카드·캐피탈 하락, 현대차증권은 상승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현대자동차그룹 내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에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자동차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반면 현대차증권 신용등급 전망은 상승했다. 신용등급 간 격차에 의해 생긴 상황으로 결국 현대차증권에는 호재, 현대카드와 캐피탈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2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현대자동차는 'A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기아자동차는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평이 제시한 현대·기아차 신용등급 하향 사유는 △구조적 측면의 수익창출력 악화와 회복지원 △글로벌 시장수요 부진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과 중국실적 저하 △산업 패러다임 변화 관련 불확실성 확대 등이다.

이 영향으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조정됐다. 한신평은 “현대차그룹의 유사시 지원능력이 약화된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차그룹의 주력회사로 그룹 내 핵심지원 주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신용등급은 곧 그룹 신용등급인 셈이다. 이미 지난해 3분기 현대차는 어닝쇼크를 겪으면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로부터 한차례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바 있다.

당시에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대주주 등급하락 여파로 현대자동차와 함께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반면 현대차증권 신용등급은 상향된 채로 머물렀다. 지난 22일 한신평은 현대차증권(A+)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증권 등급전망 변경 사유로 △투자은행(IB)·퇴직연금 부문에서의 강점, 양호한 영업기반 △수익구조 다각화, 안정적인 이익창출력 △우발채무 축소로 인한 부담 완화 △양호한 자본적정성·유동성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들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가운데 현대차증권은 홀로 신용등급이 상승해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한신평은 “이번 현대·기아차 신용등급 변동이 현대커머셜(AA- 안정적)과 현대차증권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과 현대차 신용도 격차가 커 여전히 지원능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신용등급이 하향된 뒤에도 AA급 신용도를 가지고 있어 현대차증권의 A급에 대한 지원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이뤄진 현대차 등급 조정 시에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급만 하향됐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신용도는 AA급으로, 현대차 신용도 AAA급에 밀착해 있어 계열사 지원능력과 동일한 수준의 신용도가 적용된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우연히 현대·기아차와 현대차증권의 신용등급 변동 시기가 겹쳤을 뿐”이라며 “현대차증권 등급 상향은 자체적인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영업에 지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금융사는 신용등급에 따라 조달금리가 결정되는 등 신용등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에 대한 등급 조정을 하지 않았다. 나신평과 한기평은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움직임에 따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조달금리 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실시될 전망이다.

한편 현대차증권 신용등급 전망 상승에는 지난달 1035억9997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증자로 현대차증권은 자기자본 1조원에 진입, 중소형사 중 1·2위인 한화투자증권(1조1069억원)과 교보증권(9306억원)을 밀어낼 가능성도 열렸다.

류승협 실장은 “우수한 이익창출력과 유상증자를 바탕으로 한 영업기반 확대와 자본적정성 개선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등급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신용등급 변동 내역[사진=한국신용평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