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원 선거 범민주 압승에 홍콩증시 환호...항셍 1.5%↑

2019-11-25 17:58
평화로운 선거...홍콩정부 시위 사태 해결 기대감 호재로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사상 최초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자 홍콩 증시도 환호했다. 선거 결과에 반영된 민심이 홍콩 정부를 압박해 반년 가까이 이어진 시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5일 홍콩증시 대표지수인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97.96포인트(1.50%) 오른 2만6993.04를 기록했다.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비슷한 급등세로 1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았다. 전날 치른 구의원 선거 중간 개표 결과 범민주파의 압승이 점쳐지면서다.

주요 업종 가운데 시위 사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부동산업종 등의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겸허하게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밝힌 게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그는 "평화와 안전, 질서는 유지돼야 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지만, 선거 결과가 홍콩 정부에 시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재촉할 것이라는 기대가 큰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를 거둔 것보다 선거가 평화롭게 치러진 게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고 분석했다. 전날 선거는 투표소에 홍콩 역사상 폭동진압 경찰이 처음 배치될 정도로 긴장감 속에 치러졌지만, 실제 선거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위대의 상징인 검은색 마스크나 티셔츠를 착용한 유권자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앤디 웡 LW자산운용사 펀드매너저는 "홍콩 정부가 시위의 핵심 이슈에서 보다 합리적인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핵심 이슈가 평화적이고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면 시장은 홍콩 시위가 조만간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게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트레이시 첸 KGI아시아 애널리스트는 항셍지수가 급등한 데 대해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 없이 선거가 일제히 평화롭게 진행됐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에어리 라우 페어캐피털매니지먼트 투자 책임자도 "민주 성향 시위대들이 대표를 갖게 됐다는 안도감이 생겼다"며 "홍콩 정부도 이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니 램 CEB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코프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사람들이 홍콩 정부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폭력을 막기 위해 공공주택 공급 확대, 일자리 창출, 경기부양 등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이네스 액시트레이더 수석 아시아 시장 전략가는 "중국 정부도 이번 선거 결과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홍콩)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공이 중국 쪽으로 넘어갔다"고 거들었다.

홍콩 증시에 대한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오훙 보콤인터내셔널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장기적으로는 홍콩의 '특별지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이 단기 불확실성이 가신 덕분에 반등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바뀐 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는 최근 홍콩 인권법(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 남은 이 법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으면 사실상 중국 본토와 같은 대우를 받게 돼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다.
 

친중파 낙선에 환호하는 홍콩 범민주 지지자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