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기획] LG는 어떻게 세계 1위 월풀을 제쳤나⑥ 축배는 이르다···추격자 '중국' 경쟁자 '유럽' 등 이겨내야

2019-11-25 18:00
올해 생활가전서 매출 20조원 달성할 듯
북미·유럽·아시아·러시아 등서 고른 성장
기술력 보호 중요해져···잇단 소송전 불사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도 강력 드라이브

지난 11일 영국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CSM)'에서 열린 'LG 시그니처'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을 책임지는 H&A본부는 올해 3분기 매출 5조3307억원을 올리며 역대 3분기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보였다. 2분기 처음으로 매출 6조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또 한번 신기록을 세운 덕분에 올해 연간 매출 20조원 고지도 목전에 뒀다.

미·중 무역갈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 잇단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북미·유럽·아시아·러시아 등 글로벌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도 3분기 4조원에 근접한 매출을 기록했다. 생활가전과 TV의 매출 합이(9조1969억원) LG전자 전체 매출(15조7007억원)의 약 58.58%로 절반을 넘어서며, 전체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 "안심할 수 없다"···기술력 보호 강화 

H&A와 HE가 탄탄한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저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고, 밀레·보쉬 등 유럽 전통 가전 회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월풀 역시 안방 무대인 북미에서 연말 할인행사 등을 공략해 매출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가전 업체들을 상대로 잇단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기술력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지적재산권은 '부단한 연구개발의 결실이자 사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단호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중국 하이센스 TV 제품이 LG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이센스는 전 세계 TV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판매량 기준 4위를 차지한 업체다. 하이센스가 자국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TV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미국 법인을 통해 본격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앞서 9월에는 LG전자가 양문형 냉장고에 채택한 독자 기술 '도어 제빙' 특허가 침해당했다며 유럽 가전업체들을 상대로 독일 뮌헨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상대는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 등 3개사로, 이들은 터키 코치그룹의 계열사다. LG전자는 이들이 유럽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LG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 프리미엄 가전 이미지 강화

LG전자는 특허 소송을 통해 기술력을 강조하는 한편,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으로 경쟁사와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는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빌트인 시장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시장 규모가 크고 변동성이 적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유럽의 경우 빌트인 시장의 규모가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현재 이 시장에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밀레, 지멘스, 보쉬 등 토종 업체들과의 경쟁이 한창이다. 

LG전자는 2023년까지 글로벌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선두 그룹(톱3)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유럽 현지 고급 가구업체와 협업을 통해 유럽 현지인들의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에 자사의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의 신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공간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소비자만족지수협회(ACSI)가 올해 발간한 '연례 생활가전·전자제품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가전 부문에서 평점 82점(만점 100점)을 받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평가 결과는 협회가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 오븐, 식기세척기 등을 판매하는 생활가전 업체를 대상으로, 총 30만명의 소비자를 직접 인터뷰해 나왔다. LG전자는 지난해 독일 보쉬에 이어 2위를 했지만, 올해는 보쉬(80점)를 누르고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사진=LG전자 제공] 

◆ '건조기 논란' 등 고객신뢰 회복 관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한편, 국내에서는 '건조기 논란'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지난 20일 한국소비자원은 '트롬 의류건조기'의 악취와 먼지 낌 현상을 이유로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들에게 LG전자가 위자료 명목으로 1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만약 LG전자가 위자료를 지급할 경우 그 규모는 1450억원(145만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소비자원은 LG전자가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과장 광고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콘덴서에 쌓인 먼지와 응축수 탓에 피부병 등이 발생했다는 소비자 주장은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봤다. LG전자는 조정안을 수용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구입대금 환급 등을 요구하고 있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2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아세안 CEO 서밋'에서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는 한국소비자원의 결정에 "실적에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수용 여부를)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중재안이라서 반드시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