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무라인 무너진 부산시 '위기론'…오거돈 "공무원 중심 혁신"

2019-11-22 11:51
정무특보·정책수석 공석 속에 경제부시장 직권면직…시정 싱크탱크 부산연구원 원장도 사의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에 입국, 우리나라 문화체육부 장관에 해당하는 뤄수깡 중국 문화여유부장을 만나 만찬 후 '중한우의만세'가 적힌 친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부산시가 오거돈 시장의 바로 곁에서 경제와 정책 업무를 총괄하던 경제와 정무라인의 공백 속에 휘청이고 있다.

오거돈 시장은 12월부터 실·국장 공무원 중심으로 새진용을 짜서 시정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전례 없는 정무 고위직의 공백 상황으로 인한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21일) 부산시 인사위원회가 의결한 유재수(55) 경제부시장에 대한 직권면직 처분안을 결재했다.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시절 뇌물 수수 의혹을 받아오다가 지난달 31일 사표를 낸 유 경제부시장에 대해, 부산시는 최근까지 "확정적인 무언가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 시장의 사표 수리 가능성을 부인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직권면직은 전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 분야 이외 모든 시정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던 정무직 라인도 허물어진 채 복구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정을 좌지우지하며 '왕수석'으로 불렸던 박태수 정책수석은 지난 7월에, 박 수석과 함께 정무라인의 좌장 역할을 맡았던 박상준 정무특보는 이보다 4개월 앞선 지난 3월에 자진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엔 부산의 싱크탱크인 부산연구원의 이정호 원장도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뒤 출근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부산시의 경제와 정무 두 축이 한꺼번에 무너진 상황에서 특히 오거돈 시장이 공들여 온 '금융중심지 내실화 전락'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산은 지난 2009년 1월 남구 문현동 일대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서 랜드마크인 63층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주 건물에는 30여개 금융기관이 입주했지만, 시중은행이나 외국계 금융기관 이전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부산은 외형상으로만 '금융기관 중심지'일뿐, 속내를 보면 고립된 섬처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조바심을 나타내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오거돈 시장과 손을 맞잡고 취임한 유재수 경제부시장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그동안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선정에 따른 세부 사업과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설립 준비 등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오거돈 부산시장은 유 부시장에 대한 사표 수리를 염두에 둔 듯 지난 18일 간부회의 석상에서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등 큰 행사들을 마치고 나면, 12월부터 곧바로 새로운 진용으로 일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선7기 초기에는 변화의 추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무직의 강한 드라이브가 필요했다"면서 "이제 충분히 공무원 조직이 강하고 유연해졌으니 정무직은 본래의 역할대로 핵심적 의제와 정무적 역할에 집중하며 공무원과 유기적으로 협력해야한다"고 '정무직의 역할 조정'론을 펼치며 직업공무원들을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