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때릴 '홍콩 인권법' 150개 더 있다...꼬여가는 미중관계
2019-11-21 15:03
신장 위구르족 인권, 사이버 보안, 기술이전, 대만 등 방면서 중국 정조준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이하 홍콩 인권법)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을 최종 통과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제2, 제3의 홍콩 인권법'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인권법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홍콩의 자치 수준이 떨어지면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은 그동안 중국 본토와 달리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아왔다.
현재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 중 홍콩 인권법처럼 중국을 정조준한 '반(反)중국' 법안만 150여개가 넘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법안은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 기술이전, 사이버 보안,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무역, 대만·남중국해 분쟁 문제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있다.
앞서 9월 미국 상원을 통과해 하원에 계류 중인 '위구르 인권 정책법'이 대표적이다.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 내 위구르족 대량 구금 등 중국 소수민족 탄압과 관련된 중국 관료나 기업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았다.
매년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국방수권법'도 그중 하나다. 특히 올해 개정안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 등의 중국 정부 스파이 행위 등을 우려해 미국 내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 상·하원에 계류 중인 '중국 기술이전 통제 법안'은 중국에 팔거나 이전할 수 없는 '국가 관심기술' 목록을 작성해 이를 위반하면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반중국 법안이 실제로 발효되면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 무역·투자 지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반중국 법안이 실제로 의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안나 애쉬톤 미·중 무역위원회 선임이사는 반중국 관련 입법 조치가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위원회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로 구성된 비영리 기구다.
홍콩 컨설팅회사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로버 수석연구원은 "홍콩인권법 통과가 중국에 관련한 법안들이 통과하기 쉬운 시점이라는 '게임체인저'로 여겨져선 안된다"며 "다른 법안들은 투자와 자본, 무역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있는 만큼 의회에 계류 중인 다른 법안을 통과시키긴 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20일 미국 하원을 최종 통과한 홍콩 인권법은 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법안은 이르면 2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서명만 거치면 효력을 갖는다. 상·하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홍콩 인권법이 발효되면 미·중 갈등이 한층 첨예해지면서 안 그래도 난항에 빠진 무역협상까지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연일 대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법 통과가 심각한 내정간섭이라며 이례적으로 미국대사관 공사 참사관을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법안을 중단하지 않으면 반격할 것이라며 보복도 예고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1일자 사평에서 홍콩 인권법이 아닌 '홍콩 폭력법'을 지지하는 행위라고 미국을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