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뇌물 혐의 적용, 가능할까?

2019-11-18 16:08
시간적으로 안맞고 법리적으로 여러가지 논란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에 부산의료원장 임명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조 전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에 받은 장학금이 뇌물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딸은 지난 2016년 2학기부터 6학기 동안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노환중 교수가 만든 소천장학회로부터 학기당 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검찰은 노 교수가 올해 5월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됐다는 점을 들어 장학금이 뇌물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주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에서도 이 부분에 수사력이 집중됐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측은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을 뇌물로 엮으려는 시도에 대해 실소 외에 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번 주 조 전 장관을 2차로 소환해 다시 한번 뇌물죄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입시부정 의혹과 관련해 서울대 공익법센터 인턴증명서 위조 혐의 등 검찰이 나름 자평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정권 실세인 조국을 법정에 세웠다’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에 뇌물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고개’가 있다는데 의견이 일치된다.

우선 시간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고비다.

조 전 장관의 딸은 2016년 2학기부터 문제의 장학금을 받았다. 이 때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되기 1년여 전으로 박근혜 정권이 한참 위세를 떨칠 때다. 조 전 장관이 정권 실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그 이듬해 5월에 대통령선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도 없을 때다. 뇌물이 애당초 존재할 수조차 없는 때였던 셈이다.

모두 6차례의 장학금 중에서 조 전 장관이 청와대에 입성하고 난 뒤인 2017년 2학기 이후 4차례만 뇌물로 본다면 시간적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법리적 문제가 시작된다.

별도로 장학회가 존재하고 그 장학회의 결정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특정 개인의 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두 번째 고개’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이해당사자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적용되는 범죄다. 검찰의 ‘그림’대로라면 노 교수가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되기 위해 민정수석 시절의 조 전 장관에게 돈을 준 것이어야 하는데, 장학회가 딸에게 지급한 장학금을 노 교수가 조 전 장관에게 건낸 금품으로 곧바로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디딤돌·45)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장학회가 유명무실하거나 급조된 것으로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가 아니면 뇌물로 보지 않았다”면서 “자녀에게 금품이 전달된 경우를 ‘직무와 관련해’ 공무원에게 전달된 금품으로 곧바로 인정하기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부산의료원장의 임면’이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범위 내에 있느냐는 점도 문제가 된다. 부산의료원은 부산광역시가 설립한 지방공사다. 의료원의 직원은 부산시장이 임명하게 돼 있다. 법률상 ‘부산의료원장의 임면’은 청와대의 권한범위 밖에 있는 셈이다.

김남국 변호사는 “현직 오거돈 부산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상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라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에 부산의료원장의 임명을 포함시킬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직무상 금품을 받아야 뇌물인데 직무가 아니니 설령 돈을 받았더라도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는 셈이다.

물론 알선수재죄를 적용하는 방법은 있다. 다른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속하는 것이지만 청탁을 전달해주거나 압력을 행사한 대가로 돈을 받는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니까 조 전 장관이 오거돈 부산시장을 접촉해 ‘노환중 교수를 부산의료원장에 임명해 달라’라고 청탁을 했다면 알선수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 전 장관이 오 부산시장을 개별 접촉했다는 증거나 정황이 나온 것은 없다. 검찰이 오 부산시장을 조사한 정황도 없다.

한편 검찰은 ‘포스링크’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WFM 주가시세 차익을 연결지어 뇌물죄 적용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11월 포스링크 갑자기 가상화폐 거래소 철수를 한 배경에 ‘민정수석 조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관련업계의 비웃음만 산 채 사실상 수사를 접었다는 것이 정설로 전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