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재산신탁 강화… 수익성은 물음표
2019-11-20 10:02
유가증권·부동산신탁 등 강화하며 9개월 새 운용규모 18%↑
은행권이 재산신탁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운용수익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하락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와 담보 주택에 대한 신탁 규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기준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재산신탁 부채는 98조92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83조2675억원) 대비 18.8% 늘어난 규모다. 신탁 계정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기 때문에 회계 상 '부채'로 계상된다.
문제는 늘어나는 규모만큼 수익성이 뒤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올 3분기까지 4대 은행의 재산신탁 이익(보수)은 68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7942억원)대비 13.3% 감소한 규모다.
신탁은 고객이 자산을 은행에 맡겨 대신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이 가운데 재산신탁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장점이 있다.
은행들이 재산신탁에서 이익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경기부진 때문이다. 재산신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증권신탁은 고객이 맡긴 주식을 운용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에 지난해 말 2000~2100선을 기록하던 코스피(KOSPI)가 올 8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1900선까지 추락했다. 이 영향으로 주식대금에 걸려있던 수익이 빠져나가면서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당국규제 영향도 있다. 은행이 운용하는 부동산신탁의 경우 현행법상 가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있다면 해당 주택 일체를 신탁할 수 없다. 이에 은행도 신탁 운용에서 자산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할 수 있는 자산 규모에 제약이 있으니 운용수익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산신탁은 금전신탁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이 적어 한 동안 외면 받았지만 최근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이익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금전신탁 부분에 대한 규제가 예정된 만큼 재산신탁 부문에 대한 고객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