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이해진‧손정의, 경영통합 ‘맞손’…제2의 구글 넘볼까?
2019-11-18 18:20
자회사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합의…文대통령 회담이 결정적
[데일리동방] 이해진 ‘네이버’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았다.
18일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자회사 라인·야후재팬 간 경영 통합에 합의했다. 양사는 이날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 Z홀딩스 간 경영 통합에 관한 통합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지분 50대50으로 투자한 합작법인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검색엔진과 메신저‧인터넷뱅킹‧모바일 결제 등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이용자를 1억명 이상 수용할 거대 인터넷 플랫폼 탄생이 가시화됐다.
이외에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투자로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통합 합의는 무엇보다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손을 맞잡았다는 데 있다. 이해진 GIO가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손 회장을 만난 지 4개월 만에 경영통합 합의가 성사됐다.
하지만 라인 메신저로 재도전해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1위 메신저 기업으로 우뚝 섰다. 현재 일본에서 라인 월간 이용자 수는 8000만명에 이른다. 야후재팬 이용자(5000만명)보다 많다. 여기에 80%대를 넘나들던 야후재팬 검색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75%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22%대까지 급감했다.
게다가 손 회장은 최근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비전펀드 실적이 악화하면서 시름에 빠졌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야후재팬 역량만으론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 업계는 짐작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선 양사 통합은 지난 7월 문 대통령과 손 회장 간 만남이 결정적이었다고도 분석했다. 일본 한 시사 주간지는 최근 “소프트뱅크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손 회장이 지난 4월부터 라인 인수를 노리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이를 도운 것은 지난 7월 문 대통령과의 회담”이라고 보도했었다.
실제로 손 회장은 문 대통령 접견 당일 저녁 이해진 GIO 등과 서울 성북구 모처에서 2시간30여분 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발표는 접견 후 182일 만에 이뤄졌다.
두 사람 동맹은 구글을 대표로 하는 북미 중심 인터넷 질서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라이벌 관계이던 두 회사가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은 ‘GAFA(가파)’로 불리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미국계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소 “유럽 등 국가와 연합해 인터넷 다양성을 끝까지 지켜냈으면 한다”라고 강조해온 이해진 GIO는 2017년 프랑스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을 인수해 프랑스에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물론 두 회사 일부 서비스가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디어·금융·인프라 등에서 라인과 야후재팬 일부 서비스가 중복돼 결국 서로를 잡아먹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합병 이후엔 GAFA와 견줄 만한 기업이 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거대 ICT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이런 우려를 이겨내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