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현정은 만나자 북한 "南 금강산 관광 개발에 빠져라"…일방철거 가능성도 (종합)

2019-11-15 08:32
김연철 통일부 장관-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14일 금강산 해법 마련 위해 첫 만남
북한 15일 "철거 취지 전달했음에도 南 '침묵'…금강산 개발서 빠져라"…선긋기
12월 북미 협상 재개 청신호에 '통미봉남' 전략 구사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도

금강산 관광 문제를 둘러싼 남북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측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한 최후통첩에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남조선당국은 금강산 개발에 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북측의 이런 주장은 전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를 두고 ‘서면협의’를 원하는 북한과 ‘대면접촉 및 협의’를 원하는 우리 정부와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결과다.

조선중앙통신은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지시 배경에 대해 “금강산 관광지구를 우리 인민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명산의 아름다움에 어울리게 새롭게 개발하는 데서 기존의 낡은 시설물부터 처리하는 것이 첫 공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취지를 명백히 알아들을 수 있게 (남측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조선당국은 귀머거리 흉내에 생주정까지 하며 우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외래어도 아닌 우리 말로 명명백백하게 각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남조선당국은 ‘깊이 있는 논의’, ‘공동점검단의 방문 필요’ 등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 이후 정부는 기업의 재산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합의에 의한 해결이라는 원칙에 따라 ‘창의적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측이 원하는 ‘서면협의’가 아닌 공동점검단 방북 등 대면협의의 입장을 유지했다.

김 장관은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현 회장을 만나 “현대와 정부가 정말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금강산 관광 문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현 회장의 솔직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어서 초청했고, 앞으로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회장은 “저희도 정부와 잘 협의해서 지혜롭게 대처해나가도록 하겠다”며 “좋은 해결방안을 찾아서 북측과도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금강산 개발에 남한이 설 자리는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정부와 현대가 해법을 찾기도 전에 북한이 금강산 남측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또 북한이 12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남한과의 선긋기를 시도하며 '통미봉남(通美封南)' 외교전략을 펼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날 북한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의 담화를 연이어 발표하며 미국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순회대사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제3국을 통해 12월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가능성 언급하며 "미국이 대화동력에 긍정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금강산을 둘러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 놓인 가운데 김 장관은 오는 17일 취임 후 첫 미국 출장길에 나선다. 김 장관은 방미 기간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현 회장을 면담하고 북한이 시설철거를 압박하고 있는 금강산관광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