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수주’ 현대로템, 외부차입 의존↑…악순환 지속 우려
2019-11-15 03:07
본원 수익창출력 훼손…재무부담 증가, 신용도 ‘뚝’
현대로템의 올해 3분기 매출액(잠정기준)은 전년 동기대비 5.1% 증가한 6372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66억원으로 확대됐다. 부진한 실적 원인은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지역 프로젝트 설계 장기화로 철도차량 제작 지연에 따른 예정 원가율 상승이다. 국내서는 2017년 저가 입찰한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매출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률을 악화시켰다.
9월 말 기준 현대로템 수주잔고는 7조9000억원이다. 이중 철도부문 비중은 84%에 달한다. 사업위험은 낮지만 수익성 제고는 어려운 상황이다. 고정비 부담은 줄고 있지만 이를 상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철도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대로템 부채비율은 283.4%다. 지난 2017년(187.9%) 대비 1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34.5%에서 36.4%로 늘었다. 유동비율은 195.3%에서 119.6%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익창출력 둔화와 운전자금 증가로 단기현금흐름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외부차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현대로템 부채비율이 33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로템 신용등급은 A-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BBB급 진입은 시간 문제다. A0에서 A-로 강등된 시점은 지난 6월이다. 그만큼 현대로템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대로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지난 2017년 3.4%에서 지난해 말 5.7%로 확대됐다. 2014년 이후 현대로템 투하자본수익률(ROIC)이 WACC를 넘어선 해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사업 특성을 감안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BBB급으로 강등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WACC도 같이 상승하게 된다. 기업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자본조달 비용 또한 높아진다. 저가 수주 등을 만회하고자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환율과 현지 정책 영향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대로템도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설립 후 첫 신종자본증권(1060억원, 영구채) 발행이 이를 방증한다. 표면이율은 4.5%,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 형태다. 영구채는 국내에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된다. 회계상 부채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지만 현대로템이 처한 상황과 차환을 목적에 둔 발행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각에선 저가수주 소진으로 현대로템 실적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그러나 프로젝트와 환 관리 등이 되지 않고 있어 경영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