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손’ 정용진 긴급인사, 시장 평가는

2019-11-14 10:11
문책성 인사에 기존 임원 로열티 금갈수도
본인은 비등기임원…법적 책임회피도 지적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데일리동방]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이 지난달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정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사장에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뿐 아니라 기존 임원들이 대거 물러나는 등 칼바람이 불었다. 이마트 부문만 따로 떼어 급히 인사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조직 내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고민 없는 문책성 인사라는 점, 인적쇄신 한편에서는 정 부회장은 등기이사조차 오르지 않아 책임경영을 회피한다는 점 등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의 위기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2999억원, 당기순손실 266억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9조166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은 각각 444억원(78.5%↓), 431억원(80.4%↓)씩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어닝쇼크는 주가를 급락시켰고 신용등급도 하락시켰다.

이마트 주가는 지난해 3월 32만3500원까지 올랐지만 11월 20만원 선이 무너졌다. 13일 기준 이마트 주가는 12만8000원으로 그마저도 반토막이 났다. 동일업종인 롯데쇼핑(13만2500원), BGF리테일(18만500원), 신세계(26만5000원)와 비교해도 주가가 가장 낮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이마트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해외 신용평가사 S&P(스댄더드앤푸어스)도 이마트 신용등급을 BBB-로 평가했다. 무디스도 Baa3 ‘부정적’으로 내렸다. 투기등급 하락 위기인 셈이다. 상당한 규모의 디레버리징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성 악화로 인해 차입금이 지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평가 근거다.

◆근본적 고민 없는 ‘문책성 인사’

인사는 기업 운영 핵심이다. 리더 뜻을 맞춰 경영무게를 나눌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리더 스타일과 의중이 뚜렷하게 반영된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은 6년간 이마트 대표를 맡아온 이갑수 사장 후임으로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를 선임했다. 이 전 대표는 1982년 신세계에 입사해 37년간 신세계그룹에서 생활해온 대표적인 신세계맨이다. 이마트 새 수장을 맡은 강희석 신임 대표는 이마트 창립 26년 첫 외부 영입 전문경영인(CEO)이다.

강 신임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일한 공무원 출신이다. 2004년 와트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2005년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겼다.

강 대표는 지난 2014년부터 이마트 컨설팅 업무와 소비재유통 파트너를 역임해 유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의 인사 혁신이 그룹 임원들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부 인사가 조직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사 임원들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부리던 외부 사람이 상사로 오게 된 상황으로 강 신임 대표의 조직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부회장도 이미 10년 전부터 컨설팅을 통해 다가올 오프라인 유통산업 위기를 알고 있었다”며 “이갑수 전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회사를 떠나게 한 만큼 남아있는 인력들의 로열티가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가 문책성 인사라는 점에서 강 신임 대표 어깨는 더욱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부문에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 인사에 대해 안팎으로 평가가 좋지 않다”며 “더구나 지난해 호텔 레스케이프 인사 실패 전력이 있는 정 부회장이 만약 이번에도 실패해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면 신세계그룹 승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고정자산성 비중이 높아 비용 통제가 쉽지 않은 구조다. 온라인과의 출혈 경쟁으로 마진 하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경기침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보다 문책성 인사로 대처한 정 부회장의 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오너 책임경영 회피

임원진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나 문책과 별도로 일각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룹 내 이마트 부문의 경영 전반을 직접 주도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에브리데이와 SSG닷컴, 이마트24, 스타필드(신세계프라퍼티),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쇼핑, 노브랜드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단계부터 관여하며 확장해왔다.

그러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 무리한 온라인 사업 확장에 대한 지적이 많다. SSG닷컴은 급변하는 쇼핑트렌드에 맞춰 온라인시장 확보를 위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온라인사업부를 분할·합병해 출범했다. 이커머스 후발주자로 경쟁업체에 뒤처지면서 174억원 순손실로 올해 상반기 이마트 종속기업 중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손댄 사업마다 실패를 이어가고 있다. 야심작인 호텔브랜드인 레스케이프호텔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모기업인 신세계조선호텔 적자 전환으로 이어졌고 정 부회장은 김범수 총지배인을 부임 6개월 만에 경질시켰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상반기 161억원, 이마트24는 163억원, 제주소주도 6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스타필드·일렉트로마트·삐에로쇼핑·노브랜드 등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경영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만 정작 그는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서는 빠져 있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그는 미등기임원으로 2013년 이후 6년간 사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있지 않다. 이에 책임경영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실적 부진에도 고액인 보수와 배당금을 해마다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이마트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했음에도 19억3300만원 급여와 16억7600만원 보수까지 총 36억900만원을 받았다. 배당금으로는 54억8080만원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이나 투자가 성공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총수에게 쏠리고 실적이 악화되면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져야한다”며 “오너들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