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미국發 저유가시대 온다...수요회복 절실"

2019-11-08 06:00
셰일 오일 늘어나며 공급과잉으로 인한 저유가 도래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석유화학제품가 정체 현상 지속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본격화되면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저유가 시대가 전망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 마진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부진 흐름이 길어지면서 다운스트림 강화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0년 미국 원유생산량은 1317만 b/d로 
올해 1226만b/d보다 약 7~8%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원가 하락 및 효율성 향상을 통한 생산량 증가로 2024년까지 현재보다 30%에서 60%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절대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유가는 하락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유가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81%(1.14달러) 하락한 61.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저유가 환경이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상 원재료 하락은 정제마진 확대의 요건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미중무역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부진이 석유제품 수요를 제한하고 있어 제품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

실제 무역협회에 따르면 1~9월 우리나라 석유화학제품 수출량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지만 수출단가 하락으로 금액은 14.3% 감소했다.

정유업계는 다운스트림 강화와 신수종 포트폴리오 확충에 힘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후 석유사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화학사업 등 비정유사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특히 차기 주력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를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오는 2022년까지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이다. 중질유 분해 설비(HPC) 프로젝트, 초저유황선박유(VLSFO) 비중 확대, 주유소 공간 임대 사업 등을 통해 사업성을 높인다.

GS칼텍스는 정유업과 연계한 플랫폼 사업을 강화한다. LG전자와는 '미래형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을 공동 조성하기로 했다. 주유소 유휴부지를 활용한 택배 서비스 '홈픽'이나 주유소 스마트 보관함 '큐부' 등도 추진 중이다.

에쓰오일은 화학을 강화한다. 에쓰오일은 2024년까지 7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SC&D(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을 신설하기로 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정유업종은 IMO2020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가동률 상향과 증설로 인한 정제처리량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 순수출 증가로 인해 정제마진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