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드는 미국발 청구서에 방위비협상 '첩첩산중'...거꾸로 가는 韓·美동맹

2019-10-31 00:00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외치는 트럼프에 속수무책
美 "韓, 전략자산 전개비용 부담해야"...10차 협상 때도 요구
트럼프, 韓 향해 "美 벗겨 먹는 나라...분담금 600억달러 내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날아드는 '미국발(發) 청구서'에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이 작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내년부터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 협상에 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미측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 안보 비용까지 우리 정부에 부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협상 난항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동시에 한·미 동맹을 오로지 '돈'의 관점에서 평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폭로돼 양국 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칙상 연내에 분담금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타결까지 '첩첩산중'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美 "韓, 전략자산 전개비용 부담해야"...10차 협상 때도 요구
 

진통 겪는 한미 방위비협상. [그래픽=연합뉴스]


30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전략자산 전개비용으로 1억 달러(약 1170억원) 이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또는 대북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괌에 배치된 B-52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해왔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두 차례의 11차 SMA 협상에서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의 분담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전략자산 전개비용은 미국이 언제든 내밀 수 있는 협상 카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회의와 앞서 지난 9월에 열렸던 2차례 협상에선 이 같은 비용을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추가협상 과정에서 미측이 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진행됐던 10차 SMA 협상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당시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요구한 미측에 한국 정부가 '주둔비용 분담이라는 방위비 협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면서 미측이 의견을 철회한 바 있다.

◆트럼프, 韓 향해 "美 벗겨 먹는 나라...분담금 600억달러 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지난 23∼24일(현지시간) 미국 호놀룰루에서 11차 협상 2차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내달 한국에서 3차 회의를 진행한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한국이 미국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천문학적인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연설문비서관인 가이 스노드그래그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발간한 신간 '선을 지키며 : 매티스 장관 당시 트럼프 펜타곤의 내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7월 열린 국방부 첫 브리핑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은 우리를 심하게 이용해온 나라(a major abuser)"라고 비판했다. 또 "중국과 한국은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벗겨 먹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다음 해인 2018년 1월 두 번째 국방부 브리핑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과 관련, "손해 보는 장사"라면서 "(만약 한국이) 주한미군에 1년에 600억 달러(약 70조원)를 낸다면 괜찮은 거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1조389억원으로, 이는 70배에 이르는 액수다.

미국은 현재까지도 미군 주둔비용과 관련, "한국이 더 부담할 수 있고, 더 부담해야 한다"며 이번 방위비 협상에서 내년 방위비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이 부정적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적정 수준의 방위비 분담을 위해 양국 간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