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13조 예산안 놓고 격돌..."적기에 대응해야" vs "총선용 선심성 예산"

2019-10-28 19:12

‘예산 정국’이 본격화한 가운데 28일 정부·정치권·학계가 한자리에 모여 513조원에 달하는 2020년도 예산안을 논의했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도 예산의 적절성을 강조하며 '확대재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보수성향 야당은 '재정 건전성' 약화를 우려하며 향후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이날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를 앞두고 주요 재정현안의 심사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자 ‘2020년도 예산안 토론회’를 국회에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안 실장은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9.3% 증가한 513조원”이라며 “국민생활 편의안전, 튼튼한 국방·외교, 혁신성장 가속화, 성장 잠재력 확충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IMF(국제통화기금)·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권고를 예로 들며 “국가 채무 비율은 상대적으로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며 “재정 정책에 대해선 많은 국제기구들이 적극적 재정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확대는 총수요를 늘리지만,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선별적 투자를 잘하면 공급을 확대해 경제성장 등 긍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일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정부의 확장 정책이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실장은 “내년 총수입 증가율은 금년도 6.5%에서 1.2%로 줄었지만, 총지출은 상승해 통합 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로 늘어난다”면서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12년도 이후 역대 최대 적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채무증가 속도는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2028년에 국가채무비율은 GDP에 58.7%까지 늘어나게 된다”면서 “지금은 OECD 8번째로 낮지만, 앞으로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국가 재정은 미래통일 비용을 감내해야 할 ‘최후의 보루’”라며 “평소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 적극 재정임에도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가 채무를 관리한 결과 재정 여력을 회복했다”면서 “일본은 경기침체 고령화 국면에서 재정을 확대해 채무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채 비율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같은 입장을 취한 가운데 특히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확장재정’을 강조하면서 예산 편성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확장재정 운용이 ‘선택이냐 필수냐’라는 문제에서 실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많은 분들이 인정한다”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변동성, 투자 수출 감소로 하방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MF에서도 한국을 찍어서 확장재정을 권고하고 선진국들도 재정 기조에 세계적 경기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건전성 악화에 빠질 염려가 있어 선제적 대응을 통해 적극재정, 세수증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민의 삶은 지속된다”라며 “예산을 다룰 때 정권의 유불리로 다루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 입장에서는 정부 예산안을 놓고 ‘초슈퍼예산’이라고 하는 것이 어리둥절하다”면서 “불평등 양극화가 심각해 이 정부 초반부터 재정을 풀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연 지금까지 정부가 많은 돈을 풀었는가 의아스럽고 경제가 어려울 때 확장재정을 하면 안 되는가 반문하고 싶다”면서 “지난 3년간 초과 세수가 발생한 것은 누구나 아실 것이다. 총 68조 초과 세수의 40%를 빚 갚는데 써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재정을 투입해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것은 미래세대 돈을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미래세대에 나은 경제 체제를 갖기 위한 것이란 ‘역발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한목소리로 내년도 예산을 ‘총선용 선심성 예산’으로 규정했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복지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면 재정력을 감당할 수 없고 무너질 것”이라며 “세출을 올리는 이유 중 중요 요인은 내년 ‘총선 이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자국채 발행은 미래세대 돈을 빼앗아 쓰는 것이다. 노인 등 세대 부양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세대 간 공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몰염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당은 서민 삶의 질,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세금만 낭비하는 무책임한 재정 운영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자재정을 최소화하고 총선용 선심성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인 지상욱 의원은 “좋은 정책과 예산의 성과는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정책과 예산이든 성과가 국민들의 분열과 사회 분열에 기여한다면 좋은 정책·예산이 아니라 표퓰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쓰는 경제 정책 실패를 땜질하는 예산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예산을 들여다보는 현미경 잣대는 더욱 촘촘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24조원’을 거론하면서 “저희가 농담으로 예수님이 태어나 매일 3000만원을 쓰면 24조원이라고 했다”면서 “이번 513조 슈퍼 예산은 예수님이 매달 211억씩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필요한 데 써서 사회공동체 통합 및 복구에 애를 써야 한다”며 “예산을 짜는데 철저하게 심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20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박수치는 3당 예결위 간사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해철(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이종배, 바른미래당 지상욱 예결위 간사가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2020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