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GAFA-BATH에 선전 포고... 아시아-유럽 AI 교류로 기술 패권에 도전

2019-10-28 14:00
개발자회의 '데뷰 2019'서 글로벌 AI 연구벨트 조성 계획 발표
"대한민국이 AI 기술 연구 중심 되도록 할 것"

네이버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 벨트를 조성해,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가 중심이 되는 기술 패권에 도전한다. 첫 시작으로 다음달 프랑스에 전세계 AI, 로봇 석학들을 모아 워크숍을 진행한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회의 ‘데뷰(DEVIEW) 2019’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국과 일본, 베트남, 프랑스를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를 만들겠다”며 “국경을 넘어 스타트업과 학계, 연구진의 AI 연구를 지원해 미국과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대한민국 중심의 기술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 네이버가 자리를 잡은 한국과 메신저 라인이 건재한 일본과 동남아시아, 네이버의 글로벌 AI 연구소 ‘네이버랩스유럽’이 있는 프랑스를 연결해 AI 인재와 연구역량을 모아 새로운 연구 시너지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단순 포털 기업을 넘어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이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진화를 선언한 네이버가 AI를 세계 최전선에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석 대표는 “AI 연구 벨트의 시작으로 11월 말 네이버랩스유럽에서 로봇 분야의 석학들을 모아 ‘AI 포 로보틱스(로봇을 위한 AI)’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네이버가 만든 연구 벨트에서 무한한 기술이 연구되고, 그 기회 속에서 우리도 한층 더 높은 기술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날 경기 성남시 사옥 ‘네이버 그린팩토리’ 옆에 짓고 있는 제2 사옥을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AI, 클라우드 기술을 모두 적용하겠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AI가 출입구로 드나드는 임직원의 얼굴을 인식해 통과시키고, 회의 내용을 인식해 속기록을 작성하는 식이다. 이 기술들은 네이버의 클라우드 서비스 위에 올라간다.

석 대표는 “네이버의 모든 기술조직이 역량을 모아 전에 없던 표준을 만들고 있다”며 “애플과 테슬라가 각각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시대를 연 것처럼 네이버는 서비스 로봇의 1세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네이버만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글로벌 AI 연구 벨트[사진=네이버]

 

어라운드(AROUND)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카페용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 C(왼쪽)와 도로 자율주행을 위한 로봇 플랫폼을 목표로 개발 중인 알트(ALT) 프로젝트[사진=네이버]

네이버는 이날 무인 딜리버리, 무인숍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로봇 플랫폼 알트(ALT) 프로젝트와 카페용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AROUND) C’를 처음 공개했다. 네이버랩스와 미국 MIT(메사추세츠 공대)가 공동 개발중인 4족 보행로봇 '미니치타'는 안정적인 보행과 백덤블링을 선봬 주목을 받았다.

구글의 ‘듀플렉스’와 AI 기반 자동응답 식당예약 서비스를 시연하기도 했다. AI가 사람과 같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며, 전화 예약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성훈 네이버 클로바 AI 리더는 “AI 음성 전화예약 서비스가 올해 내에 서비스될 예정”이라며 “음성인식, 합성 기술이 바쁜 식당에서 활용될 수 있다. (적용될) 식당 중에 아웃백도 있다”고 말했다.

김 리더는 이날 AI 전화예약 서비스를 시연했다. 네이버의 한 직원이 아웃백 미금점에 전화해 “예약을 하고 싶다”고 하자 AI는 “언제로 예약 도와드릴까요?”라고 답했다. 말투와 억양은 사람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번주 토요일 저녁 7시요”라고 하자 “몇 분이 오시나요?”라고 답했다. 이어 AI가 “11월 2일 토요일 저녁 7시는 예약이 꽉 차있네요. 혹시 가까운 시간으로 알아봐 드릴까요?”라고 답했다. “알아봐 주세요”라고 하자 “6시 반과 7시 반에 가능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확정된 예약은 ‘10월 28일 저녁 7시’로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구글이 2018년 연례개발자 행사인 I/O에서 공개한 AI 기반의 음성 챗봇 서비스 ‘듀플렉스’와 같다. 당시 AI가 실제 사람처럼 대화하며 레스토랑 예약을 받아 화제가 됐다. 네이버의 이번 서비스는 한국판 듀플렉스인 셈이다.

네이버의 일본 메신저 플랫폼 자회사 라인은 지난 6월 일본에서 개최한 ‘라인 콘퍼런스(LINE CONFERENCE) 2019’에서 이와 같은 서비스인 ‘듀엣’을 공개한 바 있다.

네이버는 이날 AI 기반의 음성합성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네이버의 AI는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도록 고도화됐다. 내년 중에는 사투리 합성 기술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회의 '데뷰 2019'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사진=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