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인문학]'변화'라는 말을 안다면, 신의 노하우를 알아챈 것

2019-10-23 09:23

[공자는, 변화라는 말을 이해한다면 신의 노하우를 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변화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 이 놀라운 말은 공자(주역 계사상전 제9장)가 한 말이다. 우리는 일상 용어로 변화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이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만물의 이치를 꿰뚫는 말로 쓰인 심오한 표현이다.

황제내경에서는 만물이 생겨나는 까닭을 화(化)라고 하였고, 만물이 극성하여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변(變)이라고 하였다. 즉 인간은 탄생으로 인화(人化)하여 죽음으로 물변(物變)하는 존재다. 뭇생명이 다 그렇다. 변화라는 말의 안쪽이 우리가 생각하는 생의 전부다.
 
송나라의 소옹은 도가에 능통한 유학자였는데 이런 얘기를 했다(황극경세서 관물외편). "기운이 바뀌는 것은 변(變)이며, 형태가 바뀌는 것은 화(化)이다. " 이 말도 대단한 통찰이다. 태어나는 것은 형태가 바뀌는 것이며, 죽는 것은 기운이 바뀌는 것이다. 태어날 때는 형태가 없었으며, 죽고나서는 기운이 없다. 이것이 변화의 개요이다.

조선 말기의 실학자 최한기는 화(化)에 대해 이렇게 명상적인 의미들을 펼쳐 보인다. "화(化)를 고증해보면, 만물이 태어나서 점차 성장하는 것을 '화'라고 하고, 주군이 덕망으로 백성을 가르치는 것을 '화'라고 하고, 가르침이 위에서 행해져 풍속이 아래에서 변하는 것을 '화'라고 한다. 종류가 다른 것을 낳는 것을 '화'라고 하기도 한다. '화'는 움직여가며 바뀌는 것으로 때에 따라 바뀜이 있는 것이지 한번 바뀌고 멈추는 것이 '화'가 아니다."

변지화지(變之化之)라는 말이 있다. 아니, 사전에도 없을 것이다. 방금 내가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바뀌면 달라진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변하면 그것에 따라 상대가 달라진다. 상대를 먼저 바꾸려 하지 않고 내가 변함으로써 상대를 달라지게 하는 인간관계 리더십이기도 하다.

내가 변하는 일은, 내가 지금껏 살아온 삶의 습관이나 정체성이나 의견들을 바꾸는 일이다. 이것을 나는 변(變)이라고 하고, 그에 따라 지금부터의 나의 새로운 날들이 달라지는 것을 화(化)라고 일컫는다. 변이 '지금까지의 나'를 끝내고 화가 '지금부터의 나'를 만드는 것이 변화이다.

또한 내가 변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변지화지다. 결연한 죽음이 새로운 삶을 태어나게 한다는 것. 이 만고의 법칙 아래서, 우리가 그 신의 노하우를 어떻게 응용하느냐는 것. 이것을 "知變化之道者 其知神之所爲乎(지변화지도자 기지신지소위호)"라고 밝힌 사람은 공자였다.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