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르포] 오리온, 제주공장 가보니…신제품 의욕 앞섰나
2019-10-22 05:22
용암해수 발표 기자간담회 일주일 앞두고 돌연 취소
오리온 "품질 아닌 레서피 문제"...차후 출시일정 미지수
오리온 "품질 아닌 레서피 문제"...차후 출시일정 미지수
오리온이 3년간 공들였다는 먹는 샘물(기능성 음료)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장도 현재 가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일 제주 구좌읍 제주용암해수 산업단지 내에 있는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공장 관계자는 “설비 문제로 공장 가동을 안하고 있다”며 “이달 말, 31일까지 최대한 작업을 완료해 오는 11월2일경이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것도 막상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다음 달이면 정식으로 직원들에게 먼저 공장 내부를 공개하고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원래대로라면 당장 이달 22일 오리온 제주용암수가 베일을 벗을 예정이었다. 오리온은 신제품 발표 행사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미리 공지했던 행사 계획에는 신제품 시음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품질 문제가 아니라 레서피(프로토 타입)에 대한 자존심 문제이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미네랄 워터를 만들려다 보니 약간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프로토 타입은 출시 전에 테스트를 위해 사용하는 최종 제품의 시뮬레이션 또는 샘플 버전을 말한다. 공장 상황과 종합하면, 결국 설비 문제로 완제품 생산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용암해수 활용 1호 기업인 제이크리에이션 등 제주용암해수 산업단지 내 회사들은 제주테크노파크로부터 정제작업을 거친 제주용암수를 원료로 공급받는다. 오리온은 이번에 생수 신제품 차별화를 위해 원수를 받고 나서, 자체적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별도의 설비를 도입했다. 해당 설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11월 중 다시 행사를 한다고 했지만, 날짜는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제품 발표와 동시에 판매를 개시할지, 행사 이후에 시작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업계도 여전히 오리온의 행보에 의문을 품고 있다. 오는 11월 공장 정상화가 가능하다면, 굳이 일주일 전인 이달 22일 신제품 발표를 왜 강행했는지다.
생수 시장 극성수기인 여름의 막바지 효과라도 누리기 위해 마음이 급했던 본사가 공장을 채근했고, 손발이 맞지 않아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수 신제품은 가을로 넘어가는 9~10월이 마지노선이다. 10월을 넘기면 동절기라 소비자 야외활동이 줄기 때문에 매출부터 차이가 난다”며 “마케팅에도 제약이 있다. 생수는 ‘청량함·수분공급·갈증 해소’ 등의 키워드로 광고를 하는데, 날이 추워지고 나면 무슨 얘기를 하겠나. 그렇다고 기능성 음료로 홍보하면 생수란 인식이 옅어져 소비자가 마시는 물로 소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생수 시장 경쟁이 이미 치열한 것도 조급함에 불을 지폈다. 시장 1위 ‘삼다수’도 점유율 40% 벽이 허물어지자, 출시 이래 처음으로 1+1행사를 벌일 만큼 공격적이다. 오리온이 주요 표적으로 삼는 중국도 생수 소비가 가파르게 느는 추세다.
그런데 생수 신제품은 시중에 판매되기까지 최소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생수가 잘 팔리는 유통 채널로 꼽히는 편의점의 경우 본사와 계약했어도 점주들이 발주하지 않으면 넣을 수 없다.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은 매대가 작아 잘 나가는 제품만 놓는다. 신제품을 들이면 그 자리에서 뺀 다른 제품 매출이 빠진다고 봐야 하는데 누가 쉽게 넣어주겠느냐”라며 “각 점주에게 프로모션을 하거나 오리온 스낵과 연계한 방식으로 영업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작업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4년 6040억원에서 지난해 1조 1524억원으로 4년 새 두 배가량 커졌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5년 중국에서 생수는 전체 음료 시장에서 47.5%까지 점유율이 상승했다. 수질오염이 악화하면서 생수에 대한 소비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프리미엄 생수 수익률은 일반 생수 대비 6~7배 높아 블루오션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