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LG화학 사장 "배터리분쟁, SK이노가 먼저 사과해야"

2019-10-16 18:17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길어지고 있지만 LG화학 측은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소송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SK이노베이션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장기간 소송전이 이어진다고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계산이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은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19 개막식에서 SK이노베이션과 화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건 SK이노베이션에 달렸다"고 선을 그었다.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이 잘못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 전에는 소송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대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 묻자 "물론 있다"면서 "(다만) SK이노베이션이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소송은 소송대로 갈 것이다"며 "기존 입장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말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LG화학은 배터리 제조 관련 인력 76명 유출에 따른 영업비밀 탈취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SK가 LG 측 인력과 기밀을 빼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나섰으니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다.

지난달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SK이노베이션도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명예훼손 손해배상 및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9월 들어서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LG화학 미시간법인, LG전자를 미 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양 측은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대화의 물꼬는 언제든 틀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달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얼굴을 마주보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직후 SK이노베이션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각자의 주장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하며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당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 이에 따른 보상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정 다툼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모양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과 관련해 "양사가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해야 한다"면서 "지켜보자"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19'에 참가한 LG화학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왼쪽 세번째)[사진=LG화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