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석포제련소 직원, 주민들과의 생태친화적 관계 회복도 중요하다

2019-10-11 16:25
노봉호(부산경제산업연구원 대표, 마을재생 전문가)

"만약 영풍제련소가 없었다면 석포는 어떤 풍경일까. 영주 무섬마을, 예천 회룡포, 안동 하회마을과 같이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강 따라 물돌이 마을이 형성되었을 곳이다. 하지만 아직도 괴기스러운 공장 풍경이 들어서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의 말처럼 '죽음의 강'을 만드는 제조공장이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최상류에서 버티고 서 있다는 점이다."

문학적인 수필인지 아니면 현장을 취재한 기사인지 헷갈릴 정도의 이 글은 현직 환경단체 전임자로 근무하고 있는 인물이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을 둘러본 후 '시민기자' 형태로 모 매체에 발표한 글이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없었다면 경북 봉화 석포면에 생태친화적인 '물돌이 마을'(아마도 '감입곡류천'을 순한글로 표현한 단어를 빌려온 것일 게다)이 생겼을 것이라는 '추정'도 섞여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환경운동가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모든 마을과 도시는 그것을 생겨나게 한 사회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말이다. 영주 무섬마을, 예천 회룡포, 안동 하회마을은 모두 농업 중심지로서 역사가 이어져 왔던 지역이다. 수 백 년 간 비슷한 성씨를 가진 주민들이 어울려 살면서 자연을 하나의 경제 수단으로 삼아 왔던 곳이기도 하다.

반면 석포는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광산지대였다. 그 전에는 임가(林家)에서 벌목해 살아가던 척박한 곳이었다. 영주나 예천, 안동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가난한 지역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곳에 1970년 영풍그룹이 석포제련소를 짓자 근대적인 개념의 고용 창출이 가능해졌고, 지역 상권이 형성됐다. 현재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민 2200명 중 상당수는 석포제련소와 직접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제련소가 없어져도 충분히 대안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어떤 먹거리와 일거리를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입장을 못 내놓고 있다.

혹자는 '생태 박물관'이나 '산업 박물관' 같은 것을 지어서 관광 수입으로 먹고 살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제조업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떨어지는 데서 나오는 이야기다.

필자가 부산경제연구소와 함께 실증연구를 해본 결과 환경단체가 원하는 대로 석포제련소가 조업정지되면 1차적으로 1조8000억원 가량의 생산유발효과 손실과 2400명 가량의 고용 유발효과 손실이 발생한다.

영풍이 국내 시장에서는 85% 가량의 아연 생산량을 담당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10%(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글로벌 가치사슬을 고려하면 그 여파는 더욱 커 질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없애라'는 주장은 더욱 잔인하다는 것을 환경단체는 모르는 것일까.

지난 10월 2일 경북 봉화군 읍내에서는 "영풍이 없어지면 석포가 없어지고, 석포가 없어지면 봉화군의 3만명 인구가 없어진다"는 700명 석포 주민들의 절절한 가두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지역과 상관 없는 환경단체가 왜 난리인가"라며 외부인들을 강하게 성토했다.

자연과의 생태친화적 관계 회복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생존권이 걸려 있는 석포 주민들과의 생태친화적 관계 회복도 정말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