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정치권, 분열·선동 정치 위험선…국회 존재 이유 상실”

2019-10-04 13:11
이례적인 메시지 발표…여야, 자제 당부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 부의장의 일방적 본회의 정회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의 항의방문을 받고 과거 대정부질문 중 정회 사례가 적힌 문건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은 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국민들 간의 찬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정치권은 국가 분열, 국론 분열이 한계선을 넘는 매우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분열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도 위험선에 다다랐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달 24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보임 수사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에 서면 진술서를 제출한 바 있는 문 의장은 이례적으로 별도의 현안 관련 메시지를 내고 정치권의 자제를 당부했다.

특히 문 의장은 지난달 28일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전날 ‘조국 퇴진’ 광화문 집회에서 보듯 갈등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국회와 정치권이 갈등 해소는커녕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 명이 나왔는지 숫자 놀음에 빠져 나라가 반쪽이 나도 관계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민생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진영싸움에 매몰돼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의장은 “연이은 가을 태풍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국민의 상심과 피해가 너무 크다”면서 “국민은 국회와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는데 국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담한 심정”고도 했다.

그는 “국회가 갈등과 대립을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돼도 모자랄 판인데 이를 부추기는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는 대의 민주주의 포기다. 정치 실종 사태를 초래해 국회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당장 오늘 국회가 없어진다고 해도 국민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면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자는 것 아닌가. 국민 분노에 가장 먼저 불타 없어질 것이 국회라는 것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로 거리에 나선 국민의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 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