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따라 버거킹 간다···햄버거도 ‘미투’ 속앓이

2019-10-04 10:02
버거킹, 맥도날드 ‘베토디’ 동생 ‘베토비’ 탄생
20여 년 전 삼양-크라운=롯데 ‘짱구’ 분쟁도


버거킹 신메뉴 베이컨토마토비프(왼쪽)와 맥도날드 스테디셀러 베이컨토마토디럭스(오른쪽 윗줄)[사진=각 사 제공]



식품업계 고질병으로 지적하는 ‘미투(모방) 제품’ 양산이 외식까지 퍼졌다.

3일 버거킹이 인기 버거 세트를 하루종일 4900원에 즐길 수 있는 ‘올데이킹’ 행사 메뉴를 개선하면서 선보인 신제품 ‘베이컨토마토비프버거’가 경쟁사 맥도날드 ‘베이컨토마토디럭스버거’ 제품명과 콘셉트를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맥도날드 베이컨토마토디럭스버거는 2005년 한국 맥도날드가 프리미엄 콘셉트로 첫선을 보인 제품이다. 소비자에게 제품명 처음과 중간 글자 등을 따서 줄인 애칭 ‘베토디’로 불리고 있다.

버거킹이 지난달 초 내놓은 베이컨토마토비프버거는 기존에 없던 새 메뉴다. 제품 홍보 포스터 등에 ‘베토비’ 세 글자만 진하게 표시해 맥도날드의 ‘베토디’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차이가 있다면 ‘베토디’에는 패티가 2장 들어가고, ‘베토비’는 패티가 1장인 대신 1000원 더 싸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두 회사 간 미묘한 신경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버거킹이 지난해 10월 개시한 ‘올데이킹’ 행사는 같은 해 3월 맥도날드가 먼저 시작한 ‘맥올데이’와 겹친다. 두 행사 모두 특정 메뉴를 4900원 행사가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9월23일 맥도날드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맥윙’ 재출시를 일주일 앞두고 있다고 공지했다. 버거킹은 이날부터 맥윙과 같은 닭날개 부위에 쌀가루를 입혀 튀긴 ‘바삭킹’을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로서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 저렴하다면 브랜드가 어디든 큰 문제 될 게 없지만, 당장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들에는 민감한 문제다. 맛이나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가까운 매장, 손에 집히는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국내 특허법 상 상표권 침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아, 업계의 자정 노력 없이는 물고 물리는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제과업계에서도 ‘포장’이 유사하다는 문제로 법정까지 간 사례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짱구‘를 가지고 3개사가 분쟁을 벌였다. ‘짱구’를 생산하던 삼양식품, 뒤이어 ‘짱구는 못말려’를 판매한 크라운제과, 롯데제과 ‘크레용 신짱’이다. 분쟁 이후 크라운제과는 ‘못말리는 신짱’, 롯데제과는 ‘크레용 울트라짱’으로 각각 제품명을 바꿔 판매 중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맥도날드, 베이컨토마토디럭스와 같은 공식 제품명은 상표 등록을 해 뒀지만 ‘베토디’는 소비자가 붙여준 애칭이라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소비자 친밀감을 위해 원재료 등을 활용한 제품명을 짓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유사제품이 나오더라도 식별력이 없는 일반명사라며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