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의 추락, 공주성(공급주도성장)으로 갈아타라

2019-10-03 20:20



 

[김용하 교수]




통계청이 우리 경제는 2013년 3월 저점 이후 상승국면을 이어가다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현재까지 하강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1972년부터 산정된 경기종합지수가 54개월 상승국면을 지속한 것은 최장기록이지만, 24개월째 추락하고 있는 하강국면의 끝이 언제쯤일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8월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소비·투자 모두 7월에 비해서 증가했다고 발표하였지만 2018년 8월과 비교하면 광공업 생산은 2.9%, 설비투자는 2.7%, 건설기성은 6.9% 각각 감소하였다. 소비가 4.1% 증가한 것이 위안이지만 6, 7월의 소비 위축에 따른 일시적 반발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수출이 9월에도 11.7% 감소하여 10개월 연속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에 대한 수출이 21.8% 감소하여 미국(-2.2%), 일본(-5.9%)에 비해서 하락률이 현저하다. 대미 달러 환율이 1200원선 내외이고, 일본 엔화가 비교적 강세 국면인데도 불구하고 수출액이 10%대 감소한 것은 수출 전선도 비상 국면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 등 글로벌 경기전망은 나쁘지 않았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의 주요 교역대상국 경제에서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10년째 기록적인 장기 호황을 이어오던 미국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광공업 생산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하락세로 돌아서는 징후가 뚜렷하다. 세계 교역량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중 무역마찰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경제는 아직은 6%대 성장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성장률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최근 외교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교역량이 상대적으로 덜 감소된 것은 다행이지만, 불안요소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경제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중국·미국·일본 4개국 간의 경제적 분업구조가 강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 상반기의 경제성장률은 1.9%로 2017년의 2.7%를 크게 하회했다. 저성장 국면이 저물가·저금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우려된다. 9월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했다.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초의 마이너스 기록이다. 소비자물가가 하락했다고 해서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생산자물가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0.6%하락했고, GDP 디플레이터도 연속하여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자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금융안정지수가 ‘주의’ 단계에 진입한 것도 경제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대세 하락국면에 있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현 시점의 잠재성장률은 2.5%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만큼은 성장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경제에서 심리가 중요하지만, 침체국면에 빠지고 있는 경제상태에서 문제없다는 식의 안이한 접근은 적절한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경기종합지수가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하락국면에 진입했는데도 불구하고 24개월이나 지나서야 발표한 것은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다. 응급환자에게 골든타임이 있듯이 위중한 경제에 대처하는 것도 타이밍을 놓치면, 회복이 늦어질 수도 있고, 회복되더라도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적시에 적절한 처방이 이루어지면 침체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경기가 이미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반시장·반기업 정책이 남발되었다면, 잘못된 처방으로 환자를 더욱 위중한 상태로 빠지게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국민 전체가 함께 공유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 국가예산안을 보면 경제 관련 예산을 전례없이 15% 이상 증액했지만, 2018년 기준 1893조원이 되는 국민경제 규모에서 12조3000억원 증액하고 경제가 회생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예산의 투입 이전에 기업이 기업할 수 있는 경제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싸늘하게 식어가는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것이 현 시점에서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더 이상 반시장·반기업 정부가 아니라는 시그널을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세금을 감면하고 규제를 혁파하는 등 기업하기 어렵게 만드는 각종의 굴레를 끊어주면,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국내로 회귀하고, 외국인 투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가 늘면 국가 예산으로 억지로 만드는 일자리가 아닌, 실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취업자가 증가하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생산 및 소비 수요가 촉발되는 건실한 선순환 경제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을 넘어서 공급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