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신중국 성립 70주년을 축하하며
2019-10-03 08:00
경제력ㆍ군사력등 하드파워...미국만큼 성장
소프트파워 강해야 진정으로 존경받을 수 있어
소프트파워 강해야 진정으로 존경받을 수 있어
지난 10월 1일 오전 10시(현지시각)에 거행된 톈안먼의 열병식에는 역대 최대 1만5000명의 군인, 160대의 군용기, 600대에 육박하는 장비를 선보였다.
특히, 미국까지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41’을 공개했다. 시진핑 중국 구가주석은 신(新)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을 통하여 내부단결을 기하고, 전 세계를 향해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자국의 국력과 군사적인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세계의 리더로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유하고 강한 나라임을 선전했다.
수천년 역사를 통해 중국과 우리는 적국으로, 형제지국으로, 전략적 동반자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적지 않은 침입을 받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전쟁때 북한 편을 들어 파병을 하는 바람에 많은 군인과 민간인들이 희생된 바 있다. 남북한으로 분단이 고착된 것도 일정 부분 중국의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한국은 1992년 수교를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우리와 중국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 뗄레야 뗄 수 없는 밸류체인(Value Chain)을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분업 구조상 한·중은 서로 협력하면 이익이 되는 분야가 매우 많다. 중국의 경제 발전에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과 한국기업들의 중국투자가 중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데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고, 한국은 첨단기술과 제조업, 그리고 반도체 등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이 튼튼한 나라다. 양국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협조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중국은 아직도 군사·안보적으로 한국에게는 우호적인 나라가 아니다. 한·미동맹은 한국이 열강들과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한 수단과 전략이다. 중국이 미국과 군사적인 면에서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고 해서 한국내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등, 한국을 미국과 묶어서 비판해서는 안된다. 어떤 국가 일지라도 경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안보(安保)다. 중국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한국을 괴롭히는 것은 대국으로서 당당한 처신이 아니다.
최근 신냉전(新冷戰) 체제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의 행동 여하에 따라 한국은 생존을 위해 자국이익 중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나라다. 왜냐하면, 한국은 자주적으로 미국이나 중국을 넘어 설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한국은 동양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는 중국으로부터 전래한 것들이 적지 않다. 물론 중국의 것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소화해 오리지날보다 더 발전시킨 분야도 많다.
양국이 동일한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서양사람들과 달리 중국인과 한국인은 만나서 잠시 몇 마디만 나눠도 친밀감을 느낀다. 술 자석에 앉으면 금방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관계로 변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2시간이 지나지 않아 중국어로 번역돼 대륙에서 시청된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노래나 패션은 금방 중국에서도 환영을 받는다. 국경의 장벽이 이미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경제력, 군사력 등 하드파워 측면에서는 미국과 맞짱을 뜰 만큼 성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인들은 중국이나 중국인들을 아주 매력적인 국가나 민족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중국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신실크로드 구상전략인 '일대일로(One Belt & Road)'도 주변국가로부터 환영보다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이 중국을 배척하는 이유는, 진정성을 가지고 원조와 도움을 주기보다, 경제적인 힘을 내세워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중국인이나 중국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나, 현지에서 높게 평가받지 못한다. 중국정부는 매력적인 나라로 비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소프트파워를 내세우지만, 경제력 및 군사력 등 하드파워만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이웃으로서 이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프트파워가 강해야 진정한 존경을 받고 경쟁력을 가진 나라가 된다.
지구촌에서 자유, 평화, 인권, 생명, 환경 등 인류보편의 가치를 중요시하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존경을 받을 수 없다. 중국은 인류보편의 가치를 제고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세계적인 언론매체들은 중국내부의 인권 및 자유가 훼손당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인구가 많다 보니 강압적인 통치가 불가피한 분야가 있을 수 있으나, 중국 정부는 이들의 지적에 반발하기 보다, 아프게 받아들이고, 진정성을 가지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데 힘써야 한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인권이나 자유의 가치가 훼손되는 나라는 존경받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얼마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인민들의 국가와 공산당에 대한 충성과 헌신을 강조하며 ‘두 개의 100년’(중국공산당 창당100년인 2021년,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을 거명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했다. 한 마디로 강한 중국을 내외에 과시하는 행동이다. 중국이 힘이 세다고 해서 힘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자세는 하수(下手)의 전략이다. 서로 다르지만 차이를 인정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덕목인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과, 유연함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중국 고전의 지혜를 새겨 들어야 한다.
세계는 모바일로 연결되어 있는 시대다. 중국 정부의 오만은 하루 아침에 치명적인 역풍을 가져올 수도 있다. 개인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이웃이나 남의 나라를 무시하거나 교만해지면 결국 퇴락의 길을 걷게 된다. 최근 발생한 홍콩사태를 위기로 느끼고,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유연하고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10월 1일은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웃으로서 지난 70년간 중국이 이룩한 훌륭한 성취에 대해서 축하한다. 중국은 그들의 선조들이 남겨놓은 훌륭한 지혜나 전통을 존중하고, 거기에서 배운 것을 현재와 미래에 실천한다면,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국의 건국 70주년을 축하한다! ( 庆祝中华人民共和国成立70周年 !)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