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한국경제 충격파가 다가오고 있다
2019-09-10 07:00
무역전쟁, 한일갈등 등 악재에 '저성장' 늪에 빠진 韓경제
최저임금제 개혁, 규제완화 등으로 비즈니스 환경 개선要
최저임금제 개혁, 규제완화 등으로 비즈니스 환경 개선要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수출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뿐만 아니라 경제 부분 곳곳에서 경기하강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매년 20% 전후로 성장하던 온라인 매출도 올해는 평균 7%대로 떨어지고, 오프라인 매장(-5.6%), 대형마트(-13.5%), 백화점(-4%)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저성장에 따른 소득 감소는 소비지출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시화·반월공단은 수도권에서 가장 큰 산업단지다. 중소기업의 제조시설이 몰려 있는 이곳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강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년 새 1만7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거리 곳곳엔 공장매각이나 임대한다는 간판이 걸려있다. 정부는 성장 동력의 한 축을 지탱하던 공단의 몰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2%로 발표했으나, 2%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대 경제성장률은 2009년(0.8%) 이후 최저치다.
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마이너스에 가까운 0%대로 실질적으로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 시작되고 있다.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전망됐던 미·중 무역전쟁은 점점 더 꼬여가는 모양세다. 양국간의 갈등 지속으로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엔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반도체, 자동차부품, 화학, 정보통신 등 대(對)중국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분업과 공급 밸류 체인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나라다. 체인의 앞뒤 어느 곳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 경제는 영향을 직접 받는 구조다.
한국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수출입 무역의존도는 69%로, 일본의 28%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올초 1100원대였던 환율이 1200원대로 급등하는 데도 정부나 국민들은 무관심해 보인다.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지적했듯이 한국경제는 끊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다. 물의 온도는 상승하고 있으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경제가 ‘반도체 착시’ 현상에 빠져 방심하는 사이에, 반도체 가격 하락이 닥치자, 한국의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철강산업이 이미 생산성이 낮아져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절감하게 됐다. 또, 미래 경제의 패권을 가름할 4차 산업혁명이 대분기(大分岐)를 맞이하고 있으나, 우리의 대응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우리경제가 저(低) 성장의 늪에 빠진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 현 정부 들어서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기업인들의 잦은 구속수사, 노동조합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느슨한 법 집행 등은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추가투자 의욕을 현격히 떨어지게 만들었다. 이 같은 반(反)시장 정책은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결국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거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막아 기업과 근로자 양측이 모두 피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공공부문의 최근 경영성적표는 참담하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내년이면 500조에 달하고, 5년 후엔 600조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탈 원전 정책으로 한전의 부채는 1년새 12조 3000억이 늘었다.
한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은 선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훌륭한 데 이를 허물어, 보장성을 강화한 의료보험 정책의 무리한 추진으로 의료시스템도 붕괴시키고 있다. 저 출산으로 인한 보험료 수입은 감소한 반면, 고령화와 복지성 혜택에 따른 지출은 늘어나 보험급여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보험재원의 급속한 감소를 가져오고 있다.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으면 몇 년 안에 재원의 고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얼마 못 가 고스란히 국민들과 젊은이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한국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다. 탈 원전 정책은 그동안 피땀 흘려 쌓아 놓은 우리의 보배 같은 인재들과 산업기술을 폐기시켜 버리는 행위로 국가의 큰 손실이다. 명분에 얽매여 실리를 잃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책이 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되었다.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제외 조치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남북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한 신속한 단기 대응조치가 필요한 마당에 남북경협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어이없는 발언을 했다.
경제가 바닥인 북한과 아무리 좋은 경협을 하더라도 우리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리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반일운동과 남북경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가 놀라울 뿐이다.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불안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규제를 없애고 혁신적인 성장 전략을 펼쳐야 한다. 정부의 재정을 풀어 취업률 통계 숫자를 높이기 위한 알바식의 저급한 일자리를 만들 거나, 공무원의 숫자를 늘려서는 안된다. 모두 국가의 재정 낭비와 미래 정부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는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의 혁신적 개혁과 증여세와 상속세 그리고 법인세를 대폭 손질해서 우리 경제 현실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신 산업의 육성을 위한 혁신적 정책을 펴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기보다는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도록 사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인들의 다양한 경고와 조언들을 무시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경제기초가 튼튼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도산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한계기업들이 많다.
정부는 최저 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고, 노동·환경·안전·세무에 관한 규제를 강화해 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연금을 동원해 경영에 관여까지 하기도 한다. 이런 나라에서 누가 사업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한국경제에 충격적인 파고가 다가오고 있다. 늦어도 내년 년말 이전에 경(硬)착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충격의 피해는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어려운 사람들부터 입게 된다. 대비책이 시급하다.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