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로또아파트' 분양가 유사해도 시세차익은 천지차?
2019-10-01 16:41
서울 강남권서 '로또아파트'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에 이어 반포우성, 대치구마을2지구 등 강남권 곳곳에서 주변 아파트 시세 대비 대폭 몸값을 낮춘 새 아파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강남 로또아파트들의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아 4000만원 중후반대로, 유사한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는 점이다. 로또아파트들의 등장에 실수요자들은 반가워하는 분위기나 재건축 조합이나 해당 부동산 시장은 분양가가 모두 엇비슷한 점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응한다. 같은 강남권이라고 해도 강남구 삼성동·개포동, 서초구 반포동·잠원동·서초동·방배동 등 위치와 단지별로 부동산 시세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공시지가가 지역과 단지에 따라 서로 다른 것처럼 분양가도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포우성의 경우 분양가가 유사한 서초그랑자이, 방배그랑자이와 비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크게 다르다. 반포우성은 시세차익이 1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서초그랑자이는 최대 5억원 수준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우성과 대치구마을2지구는 지난 27일 HUG로부터 3.3㎡당 가중평균가 기준으로 각각 4891만원, 4750만원에 분양보증을 받았다.
반포우성과 대치구마을2지구 두 아파트는 HUG의 분양가 통제에서 비껴가기 위해 후분양을 검토했으나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발표로 인해 선분양으로 선회했다. 최근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를 비롯해 역산 센트럴아이파크 등도 모두 상한제 도입 전 분양하기 위해 서둘러 선분양에 나섰다.
주목할 점은 이들 강남 로또아파트들의 분양가가 엇비슷한 점이다. 반포우성은 3.3㎡당 분양가(가중평균)가 서초그랑자이와 유사한 점을 감안할 때 서초그랑자이 전용 84㎡ 가격인 14억5200만원 수준에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반포우성 청약에 당첨될 경우 시세차익이 1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반포우성 인근 아파트인 ‘신반포자이’ 전용 84㎡는 6월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초그랑자이는 시세차익이 최대 5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는 게 중론으로, 반포우성의 시세차익이 두배가량 많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방배그랑자이는 3.3㎡당(산술평균) 4687만원에 분양됐으나 이를 가중평균으로 환산하면 5000만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점에 비춰, 반포우성이 방배그랑자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
이와 관련해 반포동 현지 중개업소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반포동 A중개업소 대표는 “반포우성이 서초무지개나 방배경남 아파트와 유사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된 것은 말도 안 된다. 반포가 학군, 교통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서초나 방배와 같은 생활권으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포에서 집을 구매할 여력이 안 되는 고객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게 서초나 방배”라고 덧붙였다.
앞서 HUG가 삼성상아2차 조합에 일원대우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포레센트’와 유사한 분양가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자, 갈등을 겪기도 했다. 상아2차 조합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선분양을 택했으나, 당시 “180가구인 일원대우와 478가구에 달하는 상아2차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강남권이라고 해서 똑같은 분양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산술평균 분양가는 4569만원으로 이를 가중평균으로 전환하면 4900만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래미안 라클래시의 가중평균 분양가는 4750만원으로, 디에이치 포레센트가 래미안 라클래시보다 비싼 셈이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팀장은 “디에이치 포레센트 등을 분양한 이후 HUG가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강화하면서 강남권 분양가가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20~30%가량 떨어졌다. 과거에는 지역 랜드마크와 비교해서 분양가를 책정하기도 했으나 비교군 아파트의 거리가 짧아져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앞으로 분양가 상승률은 물가상승률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