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서촌화가 김미경이 바라본 서촌의 매력
2019-10-07 12:50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서울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동네, 서촌. 서촌은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거 같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타 지역에 있는 친구들과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면 그만큼 힐링이 되는 것도 없다.
서촌이 가장 잘 보이는 서촌 옥상에서 본 서촌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촌 옥상화가 김미경.
그는 기자를 그만두고 서촌 옥상화가가 되었다. 화가 김미경의 인터뷰를 통해 서촌의 매력을 들어보자.
Q. 서촌 옥상화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서촌은 제가 대학생 때인 80~83년까지 살았었어요. 그 후에 다른 곳에 살다가 미국에서 7년 동안 살고 난 후에 2005년에 돌아와서 아름다운재단이라는 곳에서 일을 했는데 거기가 서촌이었었어요.
그래서 회사가 가까운데 집을 얻게 됐는데 그러면서 어릴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옥상에서 보니까 너무 좋아서 제가 사는 동네인 서촌을 그리게 된 거죠.
Q. 서촌 외에 다른 곳을 그릴 생각은 없으셨던 건가요?
A. 처음에는 내가 사는 동네부터 시작하자 해서 인왕산도 있고 한옥 가옥도 있고 시대의 흐름을 보기 좋은 장소이자 소재인 거 같아서 서촌에서 계속 그리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다른 곳에서도 그릴 수 있겠지만 가능하면 제가 사는 곳에서 그리고 싶어요.
Q. 기자에서 화가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어떤 하나의 이유라기보다는 기자로 먹고 살던 중에 회사에서 그림 동호회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기자생활이 바쁘니까 많이 그리지는 못했죠.
기사 쓰는 건 머리를 쓰는 일이라면 그림 그리는 건 마음을 쓰는 일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나이가 들다 보니까 글보다는 그림으로 나를 표현하기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Q. 기자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A. 그림을 그리려고 기자를 그만둔 건 아니고 그 당시에 한겨례신문에서 여성잡지를 발간하는 책임을 맡았었는데 그게 힘들어지고 1년만에 회사에서 그 잡지를 접었어요. 그래서 제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죠.
Q. 기자를 그만두면서 후회가 되지는 않았나요?
A. 처음에는 후회하고 아쉬움이 많았죠. 지금으로서는 지금이 훨씬 좋은 거 같아요.
나를 더욱 잘 표현하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고 쉽게 할 수 있고 더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 거 같아요.
Q. 기자의 경험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떠한 도움이 되었나요?
A. 다른 직업을 하다가 화가가 된 경우는 꽤 있지만 기자를 하다가 화가가 된 경우는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기자를 하면서 주제를 정하고 기획을 하는 훈련이 많이 됐기 때문에 그림을 그릴 때도 무엇을 어떻게 그릴건가에 대해 정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작업실이 아닌 옥상과 길거리와 같이 현장에서 그리는 것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된 거 같아요.
Q. 김미경 작가가 생각하는 서촌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대학생 때 서촌에 살 때는 서촌이 인왕산이랑 붙어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가장 큰 매력은 인왕산인 거 같아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인왕산이 있어서 자연을 피부로 가까이 느낄 수 있고 서촌은 성 안이니까 역사와 자연과 문화와 정치와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는 우리나라의 축소판인 거 같아요.
Q. 서촌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나요?
A. 많지만 인왕산이 제일 좋고 다양한 옥상들의 풍경도 좋아요.
Q. 서촌 옥상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이 청와대인데 보안상 그림을 그리는 제약까지 있다는게 사실인가요?
A.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앉아서 그림을 그리니까 경찰이 보안지역이라서 못 그린다고 쫓겨 났어요. 그래서 국민신문고에 그림 그릴 권리를 달라는 민원을 넣어서 답을 받았어요. 답을 받은 걸 들고 그렸었어요. 근데 예전보다는 그런 제약들이 많이 줄었어요.
A. 저도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게 아니니까 그런 걸 어떻게 그리나 라는 고민을 하고 그랬었는데 그림자도 시간대마다 바뀌니까 “어느 시간대에 그려야 되나?” 그랬었는데 그런 건 사진을 찍어두고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Q. 하루에 그림을 그리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A. 사실 저는 기자로 오랫동안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2014년부터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는데 기자생활이 엄청 바빴는데 그림을 그릴 때도 기자생활을 할 때처럼 10시간씩 그린다 해서 10시간씩 그렸어요.
그런데 관절이 안 좋아져서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해서 걷고 춤도 추고 하면서 요즘에는 하루에 4~5시간 정도 그리고 여행도 많이 해야 그림도 다양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그리되 하루에 3시간씩 걸으면서 새로운 풍경들을 많이 보고 있어요.
Q. 창의적으로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가 진짜 좋으니까 이렇게 살고 있는데 어떤 인생도 내가 이렇게 살아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면 그걸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똑같이 흘러가는 거 같아요.
근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살면 좀 더 자유롭겠다” “이렇게 사는게 좀 더 나한테 솔직하게 사는 거겠다”라는 것을 그걸 위해서 결단을 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내가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쪽으로 결단과 선택을 해야 될 때 그걸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 거예요. 그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는 거 같아요.
Q. 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어떠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어릴 때는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던 사람이었고 지금도 제가 엄청난 화가가 된 건 아니지만 내가 좋은 걸 그리면서 사는 거니까 비슷하게 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요.
A. 화가로서의 김미경은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열심히 그려서 먹고 살 수 있고 재밌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델을 제시해줄 수 있는 화가가 아닌가 싶어요.
기자로서의 김미경은 특종을 잘 아는 기자는 아니지만 열심히 취재하는 현장을 중시하는 기자였던 거 같아요.사 람으로서의 김미경은 제가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살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새로운 나를 계속 발견하는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기자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A. 굉장히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1평 인생'이라는 기획기사 형식의 기사에요.
길을 다니다 보니까 “복권판매소 사람들은 화장실을 어떻게 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묻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깡통에 대소변을 해결한다는 거예요.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까지는 아니었지만 아파트 관리소들을 찾아다니면서 취재 했던 것들이 기억에 남아요.
Q. 앞으로 가장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어쨌든 지금은 서촌 옥상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해서 그것만 그려야 겠다는 건 아니고 아직도 그릴게 많이 있으니까 서촌에서 좀 더 그리고 싶어요. 올해가 8년째인데 최소한 10년은 서촌을 그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예전에는 서촌만 그렸다면 서촌을 넘어서 서울 옥상,세운상가 옥상,서울로 옥상들도 그리고 싶고 그리고 싶은 건 엄청 많아요.
Q. 마지막 순간에 어떠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싶으신가요?
A. 춤 모임에서 "서로 장례식에서 춤춰주자"라는 말을 했었는데 정말 그림 그리고 춤추다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몰라서 막막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각자 자기한테 맞는 스타일이 다 있지만 갑자기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자기에게 솔직하고 자유로운 방향으로서의 결단을 하고 시간과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일을 위해서 돈을 투자하고 시간을 투자하면서 살아가면 어떨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