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여경래 셰프가 흑백요리사를 통한 인기 속에서 바라는 점
2024-11-06 09:08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외식업계에도 큰 붐이 일어나고 있다. 경력만 50년에 이르는 국제중국요리 마스터셰프인 여경래 셰프가 바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다가 요리를 시작하게 됐나
- 1975년 15살 때 시작했다. 화교 출신인데 아버지께서 어린 나이에 돌아가셨다. 중국인 학교를 다녀야 됐는데 학비가 비쌌다. 그래서 중학교 졸업 후에 사회에 나가서 기술을 배우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식당을 추천해줬다. 왕서방이라는 분을 통해서 중식에 입문하게 됐다.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시기가 궁금하다
왜 중식이었나
- 아버지가 중국인이라서 중식을 하게 된 거다.
1980년도에 정부에서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조리사라고 부른다고 정했었는데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 손재주가 있다는 걸 느껴서 만화나 화가가 되고 싶었다. 나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서 그냥 꿈으로만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만화를 그려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 하는 일이 너무 바빠서 그런 생각들을 할 겨를이 없다. 일에 시달리는 것 같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웃음).
쉴 때는 뭘하나
- 잔다(하하). 해외에 나가도 TV를 보지 않고 오직 쉬기만 한다. 워커홀릭이라서 2~3일 정도 쉬고 있으면 불안하다.
취미는 없나
- 쉬기도 바쁜데 취미는 없다. 예전에 골프를 했었는데 잠깐 하다가 때려 치웠다.
지금의 호텔을 어쩌다가 선택하게 됐나
- 먼저 요청이 왔다. 코로나 시기에 원래 하던 가게들을 닫았는데 어느날 연락이 와서 오게됐다.
요리에 있어서 맛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
- 정성이다. 정성은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거다. 우리의 감각 같은 거다. 동료들에게 강조하는 게 아무 생각 없이 만들지 말고 혼을 담아서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철학을 담아서 요리하나
- 음식을 만들 때는 융통성이 있어야 된다. 급한 손님이 있으면 적재적소에 맞춰서 일찍 온 손님보다 먼저 드리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제작진에서 먼저 제안을 해줬다. 이겨도 그만 안이겨도 그만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고민해보니까 오랜만에 내면에 잠들어있던 열정을 다시 불태우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하게 됐다. 하자마자 떨어졌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 스스로 분석해보니까 여경래 셰프에게 대적할 사람 나오라고 하니까 3명인가 4명이 나왔다. 철가방 요리사가 나왔는데 저도 철가방 출신이라고 하니까 절을 하더라. 시청자들이 그때 뭉클했다고 했다. 세상이 각박해서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는데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시기에 그 친구를 보면서 이런 분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것 같다.
흑백요리사 이후 요리를 하는데 있어서 달라진 신념이 있나
-바뀐 건 없지만 현장에서 떠난지 10년이 됐는데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면서 배웠던 것들을 제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흑백요리사 덕분에 출연한 셰프들의 가게에 손님들이 늘어났다. 졌지만 전화위복이 된 계기가 됐다.
흑백요리사는 셰프에게 있어서 어떤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하나
- 자신의 요리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로 경기가 하강곡선이라서 힘들었는데 하나의 돌파구를 만들어 준 것 같아서 고무적이다.
아쉬운 건 흑백요리사에 참여한 100명의 셰프들 가게만 활성화된 것 같고 전반적으로는 그대로라서 아쉽다. 다같이 잘됐으면 좋겠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촬영장 내에서는 사진을 찍거나 못한 것들이 많다. 한국의 방송국과는 많이 달랐고 비밀유지가 철저하게 됐다.
흑백요리사를 보고 요리사를 꿈꾸게 된 사람들에게 한가지를 알려주고 싶은 게 있다면 뭔가
-자기가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스승과 팀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혼자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팀이나 스승들과 함께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상급에 있는 셰프들은 2개국어 이상한다. 기회가 되면 언어를 배웠으면 하고 해외에 나가서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방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성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으로 바꾸는 게 좋다.
여경래 셰프에게 맛의 기준이 궁금하다
- 담백한 걸 좋아하고 나이가 드니까 간이 센 걸 안 좋아한다. 중식이 원래 느끼한데 전세계에서 한국의 중식이 제일 기름을 덜 쓰는 거다.
요리에 있어서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 많이 먹어봐야된다. 만들 줄만 알고 맛있게 먹을 줄 모르면 안된다. 받는 돈의 10~20% 정도는 먹는 것에 소비를 하면서 자신만의 맛의 기준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여경래 셰프의 꿈이 궁금하다
- 나만의 이름을 걸고 운영한 식당은 장사가 잘되면 확장할 수 있었는데 호텔은 몇십년 동안 오래하기 어렵더라. 그래서 내 이름을 가진 식당이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란다. 그게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