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혁신벤처 투자 BDC 도입에 우려 목소리

2019-09-30 17: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내년 하반기 도입될 예정인 기업성장투자기구(BDC)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BDC는 비상장사 등 주목적 투자대상에 투자자금의 60%를 투자하면 컨설팅, 경영지원에도 나설 수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BDC 운용 권한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외에 벤처캐피털(VC)에도 주고,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공모펀드(80억원) 절반 수준인 40억원 이상으로 설정키로 했다.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개적 청약권유가 가능한 전문투자자 전용 사모자금조달 경로를 신설하고 소액공모 한도도 높인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털 임원을 상대로 BDC 도입방안 및 공·사모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초 '자본시장을 통한 혁신기업의 자금조달체계 개선방안'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 중 BDC 제도 도입 및 사모·소액공모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들여온 코스닥벤처펀드의 전철을 밟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 배정,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코스닥·벤처 기업에 자산의 50% 이상을 넣도록 한 펀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 6958억원에서 이날 기준 4997억원으로 1961억원 줄었다. 펀드를 처음 내놓은 2018년 4월부터 보면 더 심각하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순자산 상품을 출시하자마자 2조원을 넘었지만, 현재 순자산은 5000억원도 안 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는 시장 부진과 바이오업종의 침체와 맞물리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BDC도 좋은 기업에 투자하지 못해 주가가 지지부진 할 경우 코스닥벤처펀드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1조89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3% 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업계에선 연말까지 4조원 이상의 자금이 스타트업 등 벤처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반 공모로 채워진 BDC는 기존 벤처캐피털(VC) 자금을 받지 못한 소외 영역에 투자할 수밖에 없을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는 벤처캐피털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벤처캐피털 등이 혁신기업에 투자한 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기업공개(IPO)가 유일하다. 그렇지만 BDC가 도입되면 벤처캐피털이 어느 정도 성숙된 기업의 지분을 BDC에 양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혁신 기업 투자와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의 균형을 고려했다"며 "시장에서 다양한 조합의 투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