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년, 중국의 숙제
2019-09-29 15:13
디지털 레닌주의로 흐르면 슈퍼 베이비(Super baby)에 머무를 수도 있다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아시아의 문명 대국인 전통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을 통해 동방 진출을 꾀한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에 의해 피동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아시아의 병자(東亞病夫)로 전락하는 비운을 맞는다. 봉건 전제통치의 종식을 통해 현대국가 건설을 주창한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공화정국가인 중화민국이 세워졌지만 중국의 혼란은 계속됐다. 이때 1917년의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과 중국 최초의 근대적 민중운동인 1919년 오사(五四)운동에 고무된 일군의 지식인들은 국제공산주의운동 조직인 코민테른(Comintern)의 지원 하에 중국공산당을 창당했다. 급진적인 사회변혁을 통한 신국가 건설을 열망하던 이들은 집권 국민당과의 28년에 걸친 지하투쟁과 8년의 항일전쟁 그리고 국공내전을 겪으면서 1949년 10월 1일 사회주의 신(新)중국, 즉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하였고 올해로 그 70주년을 맞았다.
건국 70년, 중국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사회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빈곤에서 탈피하였고 전 세계 GDP(총국민생산액)의 15%를 차지하면서 국제정치적 지위까지 확보해 소위 미·중 양강 시대를 지칭하는 G2국가로 성장하는 공전의 성과를 이룩했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성장방식과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중국의 부상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다. 유일 당인 중국공산당은 내부 노선의 조정과 정책 전환을 통해 새로운 발전전략을 추진하는 정치력도 보여주었다. 1978년 말부터 추진된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은 마오쩌둥(毛澤東) 시기의 대약진(大躍進)운동, 반우파(反右派)투쟁이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같은 사회주의 이념과 계급투쟁에 경도됐던 끝없는 정치투쟁의 물꼬를 경제발전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의기소침하던 중국인들은 자신을 갖게 되었고, 중국은 ‘잠재적’ 국가에서 세계적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중국이 또 한 번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미 2012년 18차 공산당대표대회를 통해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習近平)은 중국의 꿈(中國夢)을 모토로 기존 방식을 넘어서기 위한 부단한 개혁과 발전을 통해 2050년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회주의에 천착한 마오쩌둥을 극복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딛고 ‘위대한 중국’ 건설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적 영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시진핑 신(新)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도 설정하였다. 경제발전지상론을 탈피해 흐트러진 사회를 다시 응집시키고 일사불란한 당(黨) 중심의 정치와 ‘과학기술로 무장된 현대화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통해 미국과 같은 새로운 질서의 제정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가주권 수호와 경제발전, 사회 안정은 모든 국가지도자의 목표다. 그러나 국가주권 수호나 경제발전 정책이 지나친 일방주의로 흐르면 세계적 국가 중국의 국제적 리더십은 결정적 손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과학기술사회주의가 사회통제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레닌주의(Digital Leninism)로 흐른다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슈퍼 베이비(Super baby)에 머무를 수도 있다. 발전방식의 질적인 변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