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中企 돈줄 막히나… 지방 저축은행 중기대출 하락

2019-09-25 05:00
인천ㆍ경기 저축은행들만 중기대출 잔액 증가
나머지 지역은 모두 감소… 중기 자금난 심화

지방 저축은행이 중소기업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주력 분야인 중기대출 영업을 축소할 만큼 지역 경제가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로인해 '지방경기 악화→지방 중소기업 신용도 하락→대출 문턱 상승→중소기업 경영난 가중→지방경기 악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본지가 서울지역 저축은행을 제외한 전국 56개 저축은행의 상반기 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6월 말 현재 이들 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15조5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3월 말)와 비교하면 2.02% 늘어난 값이다.

 

[그래픽=아주경제]



저축은행업계가 기업금융을 강화하며 전체적인 수치는 올랐지만, 지역별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인천·경기지역의 저축은행 19개사의 중기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8.28%, 전분기 대비 4.04% 오른 9조5421억원을 나타냈다. 한국투자·모아·페퍼·JT저축은행 등 대형사를 위주로 중기대출을 늘렸으며, 이외 저축은행들도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반면 부산·경남지역의 12개 저축은행은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6월 말 현재 이들 저축은행의 중기대출 규모는 2조781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74%(784억원) 감소했다. 앞서 지난 3월 말엔 전분기보다 1.70% 줄어든 바 있다. 부산·경남지역 저축은행의 중기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6월 말 2.40%, 9월 말 1.22%에서 올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감소세가 확연하다.

대구·경북·강원지역 저축은행 11곳의 중기대출도 역성장했다. 6월 말 현재 11개사의 잔액은 1조468억원으로 3월 말보다 3.04% 감소했다. 지난해 9월엔 전분기보다 9.78% 급등한 1조817억원을 기록했지만, 12월 1.10%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 감소폭이 커졌다.

이밖에 충청 및 호남지역 저축은행 각 7곳의 6월 말 현재 중기대출 잔액은 3월 말보다 각각 2.82%, 0.91% 늘었지만 인천·경기지역 저축은행 증가율에는 한참 못미쳤다.

그간 수도권 이외 지역의 저축은행들은 지역 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에 집중해 왔다. 실제로 6월 말 현재 총대출 대비 중기대출 비중을 보면 인천·경기지역 저축은행의 평균은 37%인 반면, 이외 지역의 저축은행 대부분은 50%를 상회한다.

그럼에도 지방 저축은행들이 중기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가 지방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역 경제가 나빠지며 지방 중소기업의 신용도가 하락했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기업들의 돈줄이 막히면서 경영난이 심해지고, 이에 따라 지역 경제가 더 빠르게 위축되는 등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