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지금도 택시 운전하는 이유?

2019-09-24 14:15
“유동균 만나고 싶으면?…언제든 마포 1번가로”
다시 일어서겠다던 ‘MH마포하우징’ 1호 가구 "미소 잊을 수 없어"
'행동파' 구청장 "황소처럼 뚜벅뚜벅 갈 것"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청 접견실에서 만난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구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사진제공=마포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노래가 있듯 일은 생각에 달려 있어요.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택시운전을 하는데 즐기면서 해요. 택시를 탄 손님들도 ‘택시 운전하는 구청장을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 만날 줄을 몰랐다’며 좋아하시죠. 손님들 중 잔돈을 안 가져가거나 5600원이 나왔는데 1만원을 낸 분들도 있어요. 장학기금으로 써달라는 거죠.”

유동균 서울 마포구청장은 ‘구민의 꿈을 배달하는 꿈의 배달부’를 자처한다. 그는 지난 수년간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한 투잡이 아니다. 구청장이 된 지금도 장학기금에 보태기 위해 그는 한 달에 한 번 택시 운전사가 된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중학교 1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다. 7남매 중 장남으로서 어린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해 구청장에 오를 수 있었다.

택시 운전은 사실 생계를 위해 시작했다. 선거에서 낙선한 그는 2005년 8월부터 2년 넘게 택시운전을 했다. 정청래 전 국회의원을 만나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택시 일을 그만뒀다가 다시 운전대를 잡은 건 “청년들이 나처럼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다니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는 신념에서였다. 그는 2015년부터 구청장이 된 지금까지도 짬짬이 택시 운전으로 번 돈을 마포인재육성장학재단에 기탁하고 있다. 

마포구를 넘어 서울 전역을 도는 날이 비일비재한 것도 사실. “택시는 손님이 가는 곳을 가니 송파나 강동까지 가는 날도 있다. 이런 날은 저녁 약속에 늦을까봐 노심초사한다. 그래도 택시 운전이 좋은 건 마포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점이다. 보도블록이나 가로수 정비 작업 등 손이 필요한 부분들을 그때그때 메모했다가 다음 날 회의에서 이야기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동균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마포 1번가로”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0일 마포구청장 집무실에서 만난 유동균 구청장이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한 단어는 ‘소통’이다. 마포구에서 구의원 두번, 시의원 4년의 활동을 한 그가 구청장에 오른 뒤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구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행정에 반영할 것인가였다. 유 구청장은 “무턱대고 구민들에게 대화를 하자고 할 수는 없으니, 마포1번가라는 소통창구를 만들었다. 누구든지 마포1번가에 제안을 하면 우리가 다가간다”고 했다.

실제 두 달 넘게 마포구청 앞에서 시위를 하던 아현2구역 철거민들은 마포1번가에 구청장과의 면담을 신청한 뒤 바로 다음날 유 구청장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후 마포구는 조합과 철거민들과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섰다.

유 구청장은 이러한 마포1번가를 통해 접수된 구민들의 제안 내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의견은 다양하다. “공덕동 로터리~효창운동장 사이 언덕인 용마루 고개의 지하를 뚫어 도로를 만들고 지상은 공원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현실성이 있고 아이디어가 좋아 바로 서울시에 요청했다. ‘구청장 아저씨, 우리 집 앞에 벚꽃을 심어주세요’라는, 아이가 연필로 쓴 귀여운 사연도 기억에 남는다”고 웃음 지었다.

◆다시 일어서겠다던 ‘MH마포하우징’ 1호 가구 "미소 잊을 수 없어"
마포구는 구민들이 돈이 없어서 거리로 내몰리거나 고시원을 전전하는 일이 없도록 ‘MH마포하우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위기로 집이 필요한 가구에 임시거소나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 주거 복지 시스템으로, 올해 4월 첫 입주를 시작해 현재까지 11가구가 ‘MH마포하우징’ 임시거소에 입주했다.

“성산동의 MH마포하우징 1호 주택에 입소한 40대 가장의 한 달 수입은 200만원이었다. 고시원 방이 워낙 작으니 아내와 연년생 두 딸이 살 고시원 방 두 개를 월 50만원씩 총 100만원에 빌려 생활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똘망똘망하고 예쁜지···.” 유 구청장은 MH마포하우징 첫 입주자를 만났던 때를 회상했다.

이어 “‘MH마포하우징’ 덕분에 가족이 함께 한 집에서 지낼 수 있게 돼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다시 일어서겠다는 다짐을 하던 가족들의 환한 미소에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매월 각 동별로 주거취약가구에 대한 상담현황을 모니터링해 주거위기상황에 처한 가구를 발굴하고 생계비, 주거비, 임시거소 등 서비스를 연계해주고 있다.

지난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MH마포하우징용 주택 4채를 마련했고, 지난 7월 서울도시주택공사와 협약을 체결해 주택 6채를 제공받았다. 또 올해 주택 10호를 자체 매입하는 등 2022년까지 9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95호의 거주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주차장 특별회계와 관련 조례 제정을 통해 일부 층은 주차장으로, 나머지 층은 청년이나 국가유공자, 독립운동가 후손,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물도 건립할 방침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 [사진제공=마포구]


◆'행동파' 구청장 "황소처럼 뚜벅뚜벅 갈 것" 
마포구청 직원들이 유 구청장을 ‘행동파’라고 일컫듯, 그는 “주민들에게 공격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찾아오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방어형 행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보가 없어서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으냐”는 설명이다.

유 구청장은 “구청 홈페이지에 주요 정보를 올렸다고 할 일이 다 끝난 게 아니다. 예컨대 추석에는 보건소에 전화를 하면 어느 병원이 문을 열었는지를 세세하게 알려준다. 이런 정보들이 마포구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지만, 아파 죽겠는 사람이 컴퓨터 켜고 마포구청 검색해서 홈페이지에 들어올 생각을 하기 힘들다. 관련 내용을 플래카드로 붙이라고 지시한 이유다.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구민들도 길거리에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눈높이 행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유 구청장의 공격형 행정은 마포구 전 직원의 사회복지사화로 나타나고 있다. 복지 관련 팀만이 아니라 복지와는 거리가 먼 공보팀 등 직원들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다. 그는 “구청 직원들은 구경꾼이 아닌 당사자가 돼야 한다. 구청 직원 누구든 적극 구민의 삶에 들어가 복지 업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적이라고 해서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유 구청장은 "나무 500만 그루 심기를  2027년까지 하겠다고 발표하니, '다음 구청장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 그게 아니라 누가 구청장이 되든 2027년까지는 녹화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다. 임기 안에 완료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사업은 없다. 물 흐르듯 주민들과 소통하고 호흡하면서 걸어가겠다. 제가 62년 소띠다. 황소처럼 뚜벅뚜벅 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