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내몰린 넷플릭스, 올해 주가 상승 전부 반납

2019-09-24 14:57
넷플릭스, 연초 대비 주가 마이너스로 돌아서
애플·디즈니·워너·NBC 잇따라 스트리밍 도전장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올해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경쟁업체들의 거센 도전과 구독자 증가 둔화 추세를 볼 때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번지면서다. 

지난 7월 초만 해도 넷플릭스는 승승장구였다. 주가가 연초 대비 46% 뛰며 380달러를 넘겼다. 2%만 더 오르면 지난해 6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개월여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넷플릭스는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265.9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 달 사이 올해 쌓은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연초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분위기가 바뀐 건 7월 2분기(4~6월) 실적이 발표되면서다. 미국 내 구독자가 12만 명 넘게 줄었다는 소식은 깜짝 악재였다. 전 세계 구독자 수는 전 분기에 비해 283만 명 증가했지만, 이 역시 기대치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인기 콘텐츠도 지키지 못했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거느린 '디오피스(The Office)' 계약이 2021년에 끝나게 됐다. 제작사인 NBC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에 투입하기 위해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쟁쟁한 기업들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 디즈니, AT&T의 워너미디어, NBC가 모두 경쟁사다.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를 11월 1일부터 100여 개국에 선보인다. 이용료는 넷플릭스의 반값 수준인 월 4.99달러(약 6000원)다. 오는 11월 12일 서비스 개시를 앞둔 '디즈니+'는 6.99달러다. 

넷플릭스는 가장 저렴한 베이직형이 월 8.99달러,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탠더드형이 월 12.99달러다. 올해 1월 넷플릭스의 가격 인상은 주가를 밀어올리는 호재였지만,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 속에 이제는 넷플릭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나 다름없다고 CNBC는 지적했다.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는 지난 4월 스트리밍 서비스 출범 소식을 알린 뒤 주가가 20% 가까이 뛰었다.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넷플릭스의 주가 수준에 반영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배넌 벤카테쉬워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23일 성장기업에 적용하는 새 밸류에이션 틀에 맞출 때 넷플릭스는 구독자가 수백 만명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현재 가치가 "무척 비싸다"고 평가했다. 2분기 말 기준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자수는 전 세계 1억5156만 명이다.

마크 켈리 노무라인스티넷 애널리스트는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자 관심이 분산되고, 콘텐츠가 비싸지고, 넷플릭스가 지난 수년 동안 가지고 있던 가격 결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AP·연합뉴스]


다만 아직까지 넷플릭스 투자를 조언하는 월가 애널리스트도 적지 않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팩트셋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넷플릭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제시한 월가 애널리스트 39명 중 28명은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9명은 보유를, 2명을 매도를 각각 권고했다. 이들이 제시하는 평균 목표주가는 401.21달러다. 이날 종가보다 6%가량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주 파이퍼제프리는 저가 매수를 권고했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치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확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16일에는 넷플릭스가 미국 시트콤 '사인필드(Seinfeld)'의 독점 공급권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