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힘을 내요' 박해준 "악역 이미지? 아직 굳을 이미지 없어요"
2019-09-23 17:40
화끈하게 내려놨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 속 배우 박해준(43)은 아이 같은 형 철수(차승원 분)를 살뜰히 보살피는 동생 영수를 연기했다. 철딱서니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는 실수도 곧 잘하고 덜렁거리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인물이다.
인물 소개로도 알 수 있듯 '힘을 내요, 미스터리' 속 영수는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4등', '독전', '악질경찰' 등으로 박해준을 만난 관객에겐 '파격 변신'으로 느껴질 터. "이렇게 수더분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냐"고 놀라 물을 이들도 많겠지만, '배우' 박해준 이전에 '사람' 박해준을 만난 이들이라면 단박에 수긍할만한 작품과 캐릭터다.
그래서였을까. 박해준은 '힘을 내요, 미스터리' 촬영 내내 편안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인물을 연구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여타 악역들보다 빠르게 단축됐기 때문이다. 더 빨리, 더 가까이 영수에게 동화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박해준의 일문일답
- 코미디 장르를 항상 찍고 싶었다. 무슨 이유인지 (출연) 제안이 거의 없었던 거 같다.
이번 '미스터리' 캐스팅은 놀랍게도 '독전' 때문에 이뤄졌다고 하던데
- '독전' 박선창은 무섭지 않나. 극 중 살벌한 인물이라 생각지 못하셨겠지만 현장에서는 즐기면서 재밌게 찍었다. 박선창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캐릭터라서 (연기에) 갈래도 많았다.
- 코멘트가 많지 않았다. 저의 허당기를 보신 게 아닐까 싶다.
줄곧 '둥글게 살자'는 게 인생 모토라고 해왔다. 이런 성격이 '미스터리'의 영수를 만나게 해준 게 아닐까?
-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이해와 무관심은 다르지 않나. 관심을 가지되 둥글게 살고 싶다.
'미스터리'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 여러 가지가 있다. 영화 내용도 예뻤고, 이계벽 감독님과의 만남도 좋았던 데다가, 전 대본과도 확연한 차이가 있어서 마음이 움직였다. 또 함께 일해본 적이 있는 제작사여서 편하게 의견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독전' '악질경찰' 속 모습을 벗고 싶다는 마음이었나?
- 악역이라고 부르기 어렵지만 센 캐릭터다 보니 나를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미스터리' 대본을 읽는 순간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겠다' 싶더라. 일상적이고 편안한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센 이미지로 굳는데 우려하는 마음도 있는 건가?
- '화이'로 인터뷰를 할 때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제가 한 답변은 '아직 몇 작품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지가 굳을 것도 없지요'였다. 저는 부름을 받는 입장이고 굳을 이미지도 없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전' 선창처럼 캐릭터가 강한 인물과 '4등' 광수, '미스터리' 영수처럼 리얼리티가 강조된 인물 중 어떤 인물이 연기할 때 더 즐겁나?
- 사람들이 '독전' 선창 캐릭터를 참 좋아해주시는데 사실 그 모습은 실제 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으니까. '4등' 광수도 마찬가지고. 두 인물 모두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지만 영수('미스터리')가 인간적인 매력은 더 높은 거 같다. 영화의 만듦새를 떠나서 말이다. 실제 제 모습과도 가깝고.
영수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영수는 형편과 달리 명품 옷을 즐겨 입는 캐릭터인데, 이에 관해 박해준이 따로 전사를 쌓거나 아이디어를 내놓은 점이 있나?
-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다. 영수가 철딱서니도 없거니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명품'을 소비한다는 거다. 그게 진짜건 가짜건 그의 허세를 해소해주는 게 명품 브랜드인 거 같다.
딸과의 케미스트리도 인상 깊었다
- 극 중 아버지들이 전부 철부지다. 딸이 더 어른스럽고. 제가 영수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딸과 그림을 잘 만든다면 참 예뻐 보이겠다 싶더라. 딸 민정(류한비 분)이가 잘 받아줬다. 아주 싹수없이 잘하더라. 하하하. 톡톡 튀는 친구가 필요했고 제게 덤빌 만한 친구를 원했다. 실제로 싹수없다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잘 소화해줬다. 착하고 마음씨 예쁜 친구인데 장면을 재밌게 잘 살려준 거 같다. 전 딸이 없어서 아빠와 딸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면 참 예쁘고 좋더라.
박해준-김혜옥-류한비가 만드는 연기 합도 '미스터리'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장면도 있을까?
- 작은 리액션 정도다. 사돈어른(김혜옥 분)이 영수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 저는 멋쩍어하고 그런 그림들은 대부분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
아직 '미스터리'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 추천사를 남긴다면
- 이 영화는 특별하지 않지만 정말 재밌다. 이런 영화는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맑고, 예쁘고, 아름답다. 두 시간 정도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영화를 본다면 분명 마음이 움직일 거다. 치열하게 일상을 살다가 영화관 안에서만큼은 감동을 하고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