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신동빈 회장, 금융계열사 정리...호텔롯데 상장 여전한 난관

2019-09-23 17:38
금산분리 원칙 충족 일환...‘일본 기업’ 꼬리표 뗄 수 있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데일리동방] 롯데캐피탈 매각이 결정되면서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가 사실상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일본 롯데의 지배력 낮추기다. 그러나 호텔롯데가 상장되더라도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가 완성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롯데지주와 롯데건설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롯데캐피탈 지분 37.45%를 일본 롯데홀딩스 금융계열사 롯데파이낸셜에 매각키로 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 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 요건을 충족하기 위함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사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여타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은 대주주적격성심사를 남겨둔 상황이다. 롯데캐피탈은 경영권 매각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심사가 필요하지 않다. 사실상 롯데그룹은 금융계열사를 정리한 셈이다.

‘뉴 롯데’를 완성하기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 L투자회사가 72.65%, 일본 광윤사가 5.4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측 지분을 낮추고 롯데그룹을 한국 기업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러나 일본 측 지분이 상당해 상장을 통해 희석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내서는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등으로 반일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호텔롯데 상장이 일본으로의 자금유출만 야기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50% 이상 유지)하면서도 막대한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단순 상장을 넘어 방법론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고심해야 한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은 일본 SPA브랜드 유니클로 지분을 49% 갖고 있다.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신동빈 회장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구체적 사업전략보다는 소비자와의 ‘공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에 이어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공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탓에 경영에만 집중해도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기업의 경영자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신동빈 회장의 어깨는 유독 무거워 보인다. 사람의 마음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 신동빈 회장의 ‘뉴 롯데’ 출범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은 언제든 그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이 원하는 ‘공감’도 마찬가지다. 그의 진심어린 행동과 현재 어려운 시기를 돌파하는 경영능력 입증만이 유일한 길이다. 신동빈 회장이 멀고 험난한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