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Ryu’ 생애 첫 홈런…“WS 끝내기 홈런보다 더 나은 순간”

2019-09-23 15:09
류현진, 메이저리그 데뷔 7년 만에 첫 대형 아치
154km 속구 받아쳐 우중간 펜스 뒤 119m 날아
7이닝 3실점 호투‧13승 달성…평균자책점 2.41↑
현지 중계진 “마침내 터졌다” 흥분 감추지 못해


“상상도 못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베이브 류!”

2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기.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7년 만에 첫 홈런을 터뜨리자 구장이 발칵 뒤집혔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 순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현장 중계진은 류현진의 ‘뒤뚱뒤뚱’ 뛰는 모습을 보고는 ‘도도한 걸음’이라고 표현했고, 생중계를 맡은 캐스터 조 데이비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류현진을 “베이브 류”라고 부르며 “그가 마침내 첫 홈런을 때려냈다”고 소리쳤다. 이는 과거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성(루스)과 발음이 비슷한 류현진의 성 ‘류(Ryu)’를 섞어 만들어낸 현지 표현이다.

류현진은 다저스가 0-1로 뒤진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콜로라도 선발투수 안토니오 센자텔라와 맞섰다. 0볼-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 다저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답답하던 순간 류현진의 방망이가 시원하게 돌았다. 시속 154㎞ 속구를 받아쳤고, 타구는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통산 255번째 타석 만에 그린 비거리 119m짜리 솔로 아치였다.

류현진은 7이닝 동안 볼넷 없이 6피안타(2피홈런) 8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하며 다저스의 7-4 승리를 이끌어 6경기 만에 시즌 13승(5패)을 달성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35에서 2.41로 소폭 상승했으나 리그 전체 1위를 지키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날 경기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을 벌이고 있는 류현진에게 매우 중요했다. 1회 첫 솔로포를 내준 뒤 눈부신 호투를 이어가던 류현진은 5회 스스로 동점 솔로포로 분위기를 바꿨고, 곧바로 코디 벨린저가 만루 홈런을 때려 센자텔라를 무너뜨렸다. 류현진은 7회 2사 1루에서 불의의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샘 힐리어드에게 가운데로 몰린 체인지업 실투였다.

경기를 마친 뒤 류현진은 "홈런 두 개를 빼고는 좋았던 경기였다. 첫 홈런은 어쩔 수 없었지만, 두 번째 홈런은 투구가 아쉬웠다. 실투를 조심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도 7회까지 던져서 다행“라고 만족했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이 허용한 2개의 피홈런은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류현진이 때려 팀 승리를 견인한 홈런 한 방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기 때문. 다저스다이제스트의 채드 모리야마 기자가 “데이비스가 류현진의 홈런을 보고 마치 월드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이 나온 것처럼 반응했다”고 자신의 SNS에 남기자, 데이비스는 “그보다 더 나은 순간이었다”고 재치 있게 받았다.

미국 현지 취재진도 류현진과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물은 질문이 ‘류현진의 홈런’이었다. 류현진은 “타석에 들어서며 배트에 맞히겠다는 생각만 했다. 낮 경기라서 넘어간 것 같다. 밤 경기였으면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홈런이었다”며 웃은 뒤 “내 홈런이 팀에 좋은 계기를 만들어 대량 득점했다. 내게도 첫 홈런이었고, 그 타석이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기뻐했다.

류현진에게 배트를 빌려준 벨린저도 “류현진이 그동안 홈런을 친 적이 없다는 게 더 놀랍다. 류현진은 훈련할 때 대단한 타격을 한다”며 치켜세운 뒤 “류현진보다 동료들이 더 기뻐했다”고 자신의 일처럼 반겼다. 실제로 류현진은 흥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홈런 직후 더그아웃에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고, 다저스 선수들은 마치 우승한 듯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을 남기고 여전히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류현진이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