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극장의 힘 보여준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통합공연 ‘극장 앞 독립군’

2019-09-23 10:42
7개 예술단 300여명 압도적인 무대 선사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무대 막이 오르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꽉 채운 산하 7개 예술단 300여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함께 부르고 함께 연주하는 대규모 음악극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오직 세종문화회관에서만 볼 수 있는 '무지갯빛 공연'이다.

세종문화회관 최초의 예술단 통합공연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이 지난 20일과 21일 관객들을 만났다. ‘극장 앞 독립군’은 세종문화회관 개관 41년 만에 최초로 산하 7개 예술단 모두가 참여한 대규모 음악극이다.

최초의 예술단 합동 공연은 지난 2018년 9월에 취임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제작 극장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긴 출발이었다. 김성규 사장은 지난 20일 본 공연에 앞서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 ‘극장 앞 독립군’은 7개 예술단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공연이다.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함께 연습하면서 다들 고생이 많았다.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매년 예술단이 함께 하는 창작 공연을 계속해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첫 작품인 ‘극장 앞 독립군’은 많은 의미가 담긴 작품이다. 작품은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및 내년 봉오동 전투의 승전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기획됐다.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이 말년에 카자흐스탄 고려인촌의 고려극장에서 극장 수위를 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항일 독립운동사의 영웅 홍범도가 아닌 실패한 독립군으로 극장의 배우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홍범도 장군의 마지막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고려극장은 폐쇄 직전 마지막 공연으로 ‘날으는 홍범도’를 무대에 올린다. '극장 앞 독립군'에서는 홍범도 장군뿐만 아니라 고려극장 단원들, 여성 황금희 등 다양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성규 사장은 공연 안내 책자에 “혼란한 시대 상황 속 공연을 지속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고려극장에서 고민했듯 오늘날 격벽하는 문화적 흐름 속에서 극장이 공연을 올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또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앞으로 제작극장의 정체성을 살려 어떤 작품을 올려야하는지를 ‘극장 앞 독립군’을 통해 보여드리고자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김광보 총연출은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행위는 결국 극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하는 의지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하나로 어우러진 7개 예술단은 의미 있는 공연을 무대 위에 오롯이 담아냈다. 서울시국악관혁악단·청소년국악단, 서울시유스오케스라단은 한 무대에서 함께 하며 이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연주를 보여줬다.

박호성 서울시국악관혁악단·청소년국악단 단장은 “이번 작품에 한국적 정서가 차별성 있게 드러나며 잘 녹아들었던 것 같다”며 “통합 공연을 통해 장르에 대한 교감을 이뤘다. 폭넓은 연주를 했기 때문에 연주자들에게도 (배움의) 기회가 됐을 것이다.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는 예술단원들끼리 소통하는 기회가 됐다”고 되돌아봤다.

또한 서울시극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무용단은 무대 위에서 하나가 돼 음악극을 이끌어나갔다. 이번 작품에서 총안무를 맡은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전체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해 호흡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첫 발을 힘차게 뗀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통합 공연은 향후 다양한 창작 공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문화회관은 여러 단체의 단장들이 총연출을 바꿔가며 맡을 계획을 갖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