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인베브 홍콩증시 상장 재도전…IPO 규모는 '반토막'

2019-09-19 07:33
7월 홍콩시위, 과도한 공모가 등으로 철회한지 두달만에 재추진
공모가 밴드↓, 재무구조 개선, GIC 코너스톤 투자자 영입 등 노력
글로벌 최대 'IPO대어' 될까… 홍콩증시 투자심리 가늠해 볼 시험대

[사진=AB인베브]

버드와이저, 호가든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 아시아법인인 ‘버드와이저 컴퍼니 APAC’가 홍콩 증시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

앞서 7월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홍콩 시위에 따른 투자 열기 부진 등 시장 상황을 이유로 철회한지 두달 만이다.

AB인베브가 18일부터 23일까지 공모주를 모집해 오는 30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봉황망 등 중국 현지언론이 18일 보도했다.

공모가 밴드는 27~30홍콩달러로, 모두 12억6200만주를 발행한다. 앞서 7월 40~47홍콩달러에서 크게 낮춘 것이다.

초과초과배정 옵션 분을 제외한 예상 자금조달액도 앞서 7월 목표치였던 최대 764억4700만 홍콩달러의 절반 수준인 378억6900만 홍콩달러(약 5조7600억원)로 줄었다. 그럼에도 AB인베브 상장이 성공하면 올해 글로벌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대어'가 될 전망이다.

봉황망은 AB인베브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보수적인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모가를 낮춰 투자자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앞서 AB인베브가 7월 상장 계획을 철회한 데는 홍콩 시위에 따른 투자 열기가 부진한 것도 있었지만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시장의 불만도 있었다. 

또 AB인베브는 상장계획 철회 후 지난 두 달간 호주 사업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싱가포르투자공사(GIC)를 코너스톤(초석) 투자자로도 영입했다. GIC는 이번 공모에 10억달러를 투자하며 평균 공모가를 기준으로 신주의 21.7%를 인수한다. 

사실 AB인베브가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실탄을 조달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함이다. 앞서 AB인베브는 2016년 사브 밀러를 680억 파운드(약 120조원)에 인수합병(M&A)하면서 세계 맥주업계 사상 최대 M&A 기록을 세웠지만 그만큼 부채 비율도 높아졌다. 지난해말 AB인베브가 짊어진 부채는 모두 1028억4000만 달러(약 12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AB인베브로선 중국이 워낙 중요한 시장인 데다가, 앞으로 태국·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더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AB인베브 아시아법인은 지난해 중국, 호주, 한국, 인도, 베트남 등 지역에서 모두 104억2700만ℓ 맥주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2.2% 상승한 것이다. 이에 따른 지난해 매출은 84억5900만 달러(약 9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순익은 14억900만 달러로, 30.8% 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AB인베브의 홍콩 증시 상장 재도전은 최근 홍콩 시위로 불안해진 투자 심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초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7월 초 이후 홍콩증시에선 1억 달러 규모 이상의 IPO가 단 한건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현지 IPO 시장은 '가뭄' 상태이기 때문. 

AB인베브를 시작으로 홍콩 IPO 시장의 투자 물꼬가 다시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현재 홍콩 증시에서 상하이 바이오테크 회사 푸훙한린(複宏漢霖, 헨리우스), 체코 소비금융회사 홈크레딧BV, 중국 스포츠의류회사 톱스포츠, 중국 구이저우은행, 중국 분유제조업체 페이허, 가전제조상 JS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등이 홍콩증시 IPO를 준비 중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공모주 모집 첫날인 18일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던 만큼 23일까지 시장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