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르네상스 시대 새롭게 열리나…대형 수주 잇단 낭보

2019-09-16 16:42
현대엔지니어링 인도네시아 2조6천억 정유공장 고도화사업 등 조단위 프로젝트 수주
대우건설 5조원 규모 나이지리아 LNG, 현대건설 3조2천억짜리 사우디 해상 유전 사업도
이재용 삼성 부회장, 김석준 쌍용 회장 등 추석 연휴 때 해외 공사 현장 찾아 수주 활동 펼쳐
수주 지역 아프리카·유럽 등 다변화에 부문도 플랜트·도시개발까지 다양
"양질 프로젝트 수주 계기로 반전 계기 마련 가능성"…올 한 해 수주액 300억달러 달성 어려울 듯

나이지리아 보니섬 LNG 플랜트 사업장 전경. [사진=대우건설]

대형 건설사들의 굵직한 해외건설 프로젝트 수주 낭보가 최근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주 가뭄을 겪었던 해외건설이 최근 연이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 성공으로 제2의 호황기를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외건설은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몇년간 무모한 수주로 경영에 큰 부담을 떠안으면서 보수적인 사업 분야로 꼽혀왔다.

이 가운데 건설사들의 잇단 대형 해외 수주가 주택건설 등 국내 건설시장 침체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도네시아, 대우건설이 나이지리아,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조~5조원 규모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하반기 들어 대형 건설사의 해외 건설 수주는 지역과 부문을 가리지 않고 있다. 지역으로는 중동·아시아는 물론 유럽·미주 등 지역으로, 부문은 플랜트뿐 아니라 주택개발 등 사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PT·PERTA MINA)로부터 총 39억7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 개발 프로젝트' 수주를 확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중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21억70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다.

발릭파판 정유공장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0㎞ 떨어진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주(州)에 위치하며, 지난달 26일 발표된 인도네시아 신(新) 수도 부지와는 20㎞ 반경에 인접해 있다.

이번 사업은 발릭파판 정유공장의 기존 정유설비를 고도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기존 원유 정제 능력인 일일 26만배럴(BPSD)에서 36만배럴로 생산량을 늘리고 설비를 추가, 강화되는 환경 규제인 '유로5기준'을 만족하는 환경친화적 연료를 생산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든 공정을 EPC(설계·구매·시공) 턴키(Turn Key) 방식으로 수행한다. 공사기간은 착공 후 53개월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메가급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시장 다각화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며 "성공적인 사업 수행은 물론, 추가 수주를 위해 현지 파트너와 전략적 수주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우건설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국내 건설사 최초로 천연가스(LNG) 액화 플랜트 공사를 원청으로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우건설은 지난 11일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Train) 7'에 대한 EPC 원청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인정받는 낙찰의향서(Letter of Intent)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일부 글로벌 건설사들의 독과점 시장으로 여겨져 온 LNG 액화 플랜트 EPC 분야에서 국내 건설사가 원청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공사는 나이지리아 남부에 위치한 보니섬에 연간 생산량 800만t 규모의 LNG 생산 플랜트 및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사업 규모만 무려 50억 달러(약 5조9050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및 일본 치요다(Chiyoda)와 '조인트 벤처(JV: Joint Venture)'를 구성, 설계·구매·시공·시운전 등 모든 업무를 원청으로 공동 수행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전체 EPC 금액의 40% 수준의 지분율로 참여하게 됐다.

대우건설은 이번 나이지리아 프로젝트 외에도 모잠비크, 인도네시아, 카타르 LNG 액화 플랜트 입찰에 참여 중이며, 추후 발주 예상되는 러시아, 파푸아뉴기니 등 신규 LNG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LNG 사업은 수익성이 양호해 플랜트 부문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수주는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핵심 전략과 혁신 작업의 수행을 통해 글로벌 건설기업으로의 지속적인 도약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도 지난 7월 총 27억3000만 달러(약 3조1759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개발 프로그램 패키지 6·12'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 하반기 수주의 물꼬를 튼 바 있다. 이 공사는 사우디 동부 담맘으로부터 북서 측으로 약 250㎞ 위치한 마잔 지역의 해상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가스 분리 처리 시설 등 각종 시설을 패키지로 짓는 사업이다.

사실 올해 들어 그간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예상보다 매우 저조한 상황이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해외건설 누적 수주실적은 138억6499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0억8266만 달러보다 무려 3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목표로 잠정 설정한 연내 300억 달러 달성도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올해 해외수주 침체 요인은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일대에서의 성과가 좋지 않고, 중국, 인도 등 저가 수주를 내세운 아시아권 후발 주자들의 약진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낭보가 전해지면서, 최근 침체된 해외건설 수주 시장도 모처럼 반전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이 양질의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고, 해외 건설업계와의 공고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점진적인 해외시장의 반등을 기대해봄직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해외 수주 활동을 위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해외 건설현장 방문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두드러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았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도 추석연휴에 두바이와 르완다 등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대형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가 아닌 양질의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아직 절대적인 수주 실적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사들이 앞으로도 실적의 수치에 매몰되기보다는 내실에 집중해 사업을 전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소식은 침체된 해외건설 시장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건설사들이 그간 의존도가 높았던 중동을 벗어나 아시아 핵심 국가, 아프리카 등 지역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