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재개발·재건축조합 1만2천명 거리로 나온 이유는?

2019-09-10 14:10
9일 광화문서 1만2천여명 조합원 '분상제 반대' 한 목소리
“수익성과 소급적용, 강한 반발 불러와”...“가치판단 쉽지 않아”
정치권, 반(反) 분상제 입법으로 무력화 노려

9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9·9 분양가 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조합원 총 궐기대회' 참가자들이 집회 후 청와대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1만2000여명의 조합원들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을 반대했다.  [사진=최지현 기자]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 확대 적용에 대한 반발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분상제 시행을 중단하라는 대규모 시위기 벌어지는가 하면, 정치권에서도 반(反) 분상제 법안 입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총 42곳의 재개발·재건축조합원 1만2000여명은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분상제 시행 즉각 중단을 외쳤다. 그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내부적으로 대책을 강구하던 조합들이 집단행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서울 서초구갑)은 격려사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은 못 잡고 조합원과 경제만 잡는다”고 말하자 좌중에는 ‘옳소’ 하는 외침과 함께 환호가 터져나왔다. 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강하게 퍼져 있는 것이다.

특히 관리처분인가 단지로의 분상제 소급 적용 문제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수익성과 사업 진행 문제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조합원 1만2000명이라는 대규모 집결을 낳았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이날 집회에 대해 “목적이 명확하다. 이유는 결국 수익성 문제”라면서 “조합원 입장에서 수익성이 훼손되고 추가 분담금을 납입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제도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이를 분상제로 통제한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라면서 “시행시점은 불확실하지만 무산될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조합의 대안이 마땅치 않고 훼손되는 수익은 조합원들이 그대로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주임교수는 “자기 물건을 정부와 국민에게 기부하는 꼴이니 조합원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관리처분단계는 분양 단계가 아닌데 정부는 이를 일반분양으로 보고 소급 적용하려 한다”고 분상제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조합원 배분 규모 등을 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의 전제조건인 일반분양가가 제한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관리처분 사업계획서를 새로 쓰고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하나의 사안을 놓고 중복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조합은 여기에 대안이 없다.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사활을 걸고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상제에 대한 가치판단이 쉽지 않다는 입장도 있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날 집회에 대해 “조합원들은 분양수익이 줄어들고 정치인들은 표가 달려 있기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관찰자 입장에서 가치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분상제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시행할지가 관건”이라면서 “입법이 완료되더라도 시행 시기는 부처 협의와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이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고 전망했다.

9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9·9 분양가 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조합원 총 궐기대회'에서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최지현 기자]


한편 분상제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일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분상제 확대 적용 단계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행 인가를 받은 정비사업과 일반분양분 200가구 미만 단지에 대한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도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박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지정하고 해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인 주택법 제57조 제1항과 제58조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해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국토부의 권한 자체를 제거해 직접적으로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