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경찰 또 충돌…14세 부상자까지 발생

2019-09-09 11:44
빈백건·최루탄 발포에 부상자 속출
시위대 美 개입 촉구 지속, 中 자극
15일 집회, 홍콩 정국 분수령 될 듯

[사진=홍콩 명보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에서 14세의 어린 부상자까지 발생하는 등 시위 양상이 격화하고 있다.

시위대가 미국의 개입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며 중국 중앙정부를 자극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5일로 예정된 대규모 집회가 홍콩 정국의 향방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9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 수만 명의 시민이 모여 '홍콩 인권민주 기도집회'를 개최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수용을 거부하고 시위를 지속하는 중이다.

이번 시위에서도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명보의 표현에 의하면 도심 곳곳에서 '유격전'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지하철 센트럴역의 한 출구에 폐품을 모아놓고 불을 질렀고 센트럴역과 인근 완차이역 시설을 일부 파괴했다.

코즈웨이베이역 근처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과격 시위대가 센트럴역 등에 불을 지르고 시설을 파괴해 다수의 지하철역이 폐쇄됐다"며 "위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홍콩 병원관리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부상자 10명 중에는 14세 청소년도 있었다. 이달 들어 14세의 시위 참가자가 최연소로 경찰에 체포된 데 이어 같은 나이의 부상자까지 나온 셈이다. 

명보는 "경찰은 자정이 다 된 시간까지 다수의 시위대를 연행했다"며 "경찰이 쏜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긴급 의료지원 복장을 한 남성이 다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개입과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시위대는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표결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 6월 미국 의회가 발의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 금지, 자산 동결, 미국 기업과의 금융거래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시위 현장 곳곳에 성조기가 등장했고 시위 참가자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 홍콩을 해방하고 우리의 헌법을 지켜주세요'라고 쓴 팻말을 든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미국 의회가 홍콩 관련 법안을 제출한 데 유감을 표명하며 "외국 세력은 홍콩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15일 대규모 집회 개최를 예고한 상태다.

최근 홍콩 시위 참가자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이날 시위에서도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시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반면 최소 수십만 명이 참가할 경우 당분간 시위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