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앱 극과극] 몸집 키우는 ‘야놀자’…英사모펀드에 팔린 ‘여기어때’

2019-09-06 05:06
야놀자, 인도 PMS업체까지 인수…고객사 수 2만1000여개로 늘어
여기어때, 매각설 종지부…글로벌 투자사, 세계시장 중심 사업재편도


[사진=야놀자, 여기어때 제공] 



국내 양대 숙박예약 플랫폼 기업의 최근 행보가 극과 극이다.

업계 1위인 야놀자는 최근 국내 기업에 이어 인도업체까지 활발히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업계 2위 ‘여기어때’ 운영사인 위드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돼 주인이 바뀌게 됐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오른 야놀자의 최근 인수합병(M&A) 행보는 무서울 정도다.

야놀자는 5일 글로벌 채널관리 시스템(CMS) 및 객실관리 시스템(PMS) 기업인 인도의 ‘이지 테크노시스(eZee Technosys, 이하 이지)’ 인수를 공식화했다.

이지는 지난 2005년 인도 수라트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PMS 분야에서 오라클 호스피탈리티에 이어 세계 2위다. 중동, 동남아, 북미 등 전세계 160여개국 1만3000개 이상의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야놀자의 세계 고객사 수는 2만1000여개로 늘어난다. 이를 기점으로 클라우드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지난 2월 국내 1, 2위 PMS사인 가람과 씨리얼을 인수했고 5월에는 국내 호텔 디지털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해 산하정보기술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면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 통합된 호텔 자동화 솔루션을 선도하는 혁신기업’이며 이를 위해 인수합병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 PMS 분야뿐만 아니라 야놀자의 인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지난해 7월 동남아 1위 호텔 체인 젠룸스(ZEN Rooms)를 인수했고, 올 6월에는 국내 최대 실시간 펜션 ‘우리펜션’을 인수했다. 지난 3일엔 국내 호텔·식당 예약플랫폼 ‘데일리호텔’ 인수도 확정했다.

야놀자는 투자금도 넉넉하다. 올해 6월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부킹홀딩스로부터 총 1억8000만 달러(약 218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이로써 2005년 모텔 청소부로 시작한 이수진 대표는 14년 만에 유니콘 기업의 수장이 됐다.

외연이 커지면서 매출도 급증했다. 2015년 367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684억, 2017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80% 증가한 약 188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여기어때 운영사인 위드이노베이션은 계속되는 매각설에 종지부를 찍고 결국 영국계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CVC캐피털에 팔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위드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심명섭 전 대표 및 재무적투자자(FI)들은 CVC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심 전 대표와 계열사 보유분 52% 등 지분 85%가 거래 대상으로, 가격은 약 2500억원이다. CVC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인수한 뒤 약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보유 지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15년 설립된 여기어때는 야놀자에 이은 2위 숙박예약 앱이다. 마케팅 비용으로 적자를 보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686억원으로 2016년 대비 180% 가까이 성장했다. 등록 숙박업체는 5만6000여개, 월간 순이용자는 약 280만명에 달한다.

업계는 여기어때가 비록 외국 사모펀드에 매각됐지만, 글로벌 투자사가 국내 숙박 플랫폼을 인수한 점을 고무적으로 본다.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숙박을 주로하는 여기어때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이기 때문. 다만 매각 이후 글로벌시장으로 아예 사업구조가 재편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위드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경영라인은 좀 바뀌겠지만, 구체적인 사업 재편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다만 글로벌 투자사의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대감이 더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