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대한민국 시장이 세계로 향한다
2019-09-06 08:18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이나 주변국인 중국, 일본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실감난다. 그 예로, 한국과 중국에서 내수 시장 타깃의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들을 비교해 보면, 몇 년 안에 매출이나 기업 가치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은 시장 규모는 작지만, 전 세계 기업들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하는 곳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에 초고속 인터넷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우리의 IT 인프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구축됐고,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며 이용자 수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인터넷뱅킹, 전자정부 등 웹 기반 서비스들도 빠르게 도입됐다.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불리게 된 것도 이 시기일 것이다.
그 후, 첨단 디지털 기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이를 주도하는 얼리어댑터들이 많아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은 세계 IT 기술의 테스트 베드(Test Bed)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모바일 광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전 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 온라인과 모바일을 연계한 마케팅 활동의 글로벌 테스트 베드로도 활용되고 있다.
비단 디지털 산업뿐 아니라, 뷰티와 패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깐깐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신제품의 시장 반응을 한국에서 가늠하기도 한다.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 까다롭지만 똑똑한 소비자,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사회 분위기, 더욱이 국내 총생산(GDP) 3만 달러에 소비 인구 5000만명이 넘는 시장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신제품 및 신기술의 테스트 시장으로 한국만 한 곳이 없다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단독 시장으로 타기팅하기에는 작은 규모이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서 우리의 내수 시장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러한 장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먼저,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신기술이나 서비스의 개발은 물론 시장에 적용하는 것 역시 우리가 앞서야 한다. 기존 방식을 보호·유지하려는 생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변화 흐름을 따라잡을 수 없다. 비록 원천기술에서 뒤처진 상태라 할지라도 신기술을 빠르게 수용하고 현실에 적용할 분야별·산업별 응용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서 우리 시장에서 먼저 적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제품이나 기술이 정부 규제로 인해 시장에서 제대로 테스트도 못 해보고, 글로벌 기업에 아이디어만 뺏긴다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가? 올해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던 5G 상용화도 우리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물론 최초 적용에 따른 리스크는 발생할 수 있겠지만, 시장 선점의 가치는 1등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다음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매력적인 테스트 베드인 내수 시장에서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당히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특히 협소한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성장 정체 위기를 맞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이 변화하는 글로벌 밸류 체인에 진입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혁신 기업이 환경적인 영향으로 도태되지 않도록 다방면의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의 내수 시장은 경쟁이 심화되면 그 매력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러하기에 우리 기업의 경쟁 상대는 내수 시장 너머에 있음을 우리 기업들이 자각해야 한다. 결국, 우리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우리의 내수 시장이 지닌 장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내수 시장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