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일국양제' 비난...홍콩시위로 반중감정 고조

2019-09-02 08:00
대만대륙위원회 "일국양제 영원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

홍콩 시위가 한창인 가운데 대만 정부가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2일 중국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만대륙위원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대만은 중국의 일국양제를 영원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 시위를 빌미로 중국이 대만에 일국양제를 강요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중국 공산당은 잘못을 인정하고, 민주적인 정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며 “그래야 중국 안팎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제도다. 당초 덩샤오핑이 통일을 위해 내놓은 구상이다. 대만도 일국양제 방식으로 통일한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구상이다. 홍콩 시위가 격화할수록 중국이 일국양제를 강조하면서 대만에도 파장이 미치자 대만 정부가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대만이 홍콩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중국 당국의 비난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천팡밍(陳芳明) 대만정치대학 교수는 "누가 일국양제를 만들고, 홍콩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며 "홍콩의 시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대만이 아닌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CCTV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이 홍콩 시위대의 체류나 망명을 허용할 경우 범죄가 증가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선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인도적 차원에서 홍콩인들의 대만 이주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인민일보는 "홍콩 폭력분자를 선동하는 태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이 성명은 최근 대만에 유학 중인 홍콩 교포 학생 2명이 현지 시위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대륙위원회 산하 홍콩판사처는 전날 이들 학생이 홍콩 송환법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사실을 확인해 대학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대학에 소속된 학생들이 시위로 인해 체포된 데 대해 많은 대만인들이 분노하는 등 대만에서 반중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 
 

'공항 마비' 예고 시위대, 홍콩국제공항행 도로 점거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