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카뱅의 성공 비결? AI·모바일 퍼스트에 있어

2019-08-29 13:43
카카오, 연례 개발자 행사 'if kakao 2019' 개최
카카오, 신 성장동력 AI 지목... 카카오맵 변화도 설명
'모바일 완결성'과 '개발자 우대'가 카카오뱅크의 성공 비결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카카오의 연례 개발자 행사 'if kakao 2019'에 약 4000명의 개발자들이 몰렸다. 한 회사가 주최한 개발자 행사로서 국내 최대급 수치다.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28, 29일 양일 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신정환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 김병학 카카오 AI Lab 총괄부사장,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등 카카오 주요 계열사의 최고 기술임원과 현업 개발자들이 연사로 나와 지난 10년 동안 카카오가 IT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설명했다.
 

신정환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사진=카카오 제공]


행사 키노트(핵심발표)에 첫 번째 연사로 나온 신정환 CTO는 "기술로 세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 카카오의 핵심 사업 목표"라며 '카카오 챗봇', '카카오 인공지능(AI)', '카카오맵' 등을 카카오의 새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신 CTO는 "소상공인들에게 모바일 기반의 간편 주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카카오 챗봇을 만들었다"며 "챗봇을 활용하면 소상공인은 손님이 집중되는 시간에도 편리하게 주문을 받을 수 있고, 손님은 종이 쿠폰 등이 없어도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모바일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는 현대자동차그룹과 긴밀히 협력해 신형 쏘나타에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를 탑재했다. 운전 중에도 음성 명령만으로 자동차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어 편리하고 안전하다"며, "2년 전 제네시스에 카카오i를 탑재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대부분의 신형 현대·기아 자동차에 탑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지어진 아이파크 아파트에 카카오i 기반 스마트홈 시스템을 적용해 카카오톡만 있으면 아파트 내부 환경과 가전 등을 제어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10년 넘게 서비스 중인 카카오맵의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자체 3D 생성 엔진을 활용해 전국 지형과 270만개 건물을 실제 가본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과거 기술인 플래시를 걷어내고, 웹 표준인 HTML5로 전면 전환해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개발자에 대한 더 많은 지원도 약속했다. 작년 말부터 한국의 AI 연구자들이 AI 개발을 위한 범용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카카오의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 '카카오 아레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추천 시스템 '버팔로'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시중의 공개 프로젝트보다 최대 수십배 빠른 처리속도를 갖추고 있고, 중앙처리장치(CPU)뿐만 아니라 범용AI가속기(GPGPU)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다.

신 CTO는 "이번 개발자 행사와 함께 카카오가 지난 10년 동안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문제 해결법을 외부 개발자와 공유하는 '카카오 기술 사이트'를 열었다"며 국내 개발자 환경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사진=카카오 제공]


신 CTO에 이어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가 무대에 올라 모바일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성공 비결에 대해 공유했다.

그는 "카카오뱅크 일반 계좌는 1000만개이고, 모임 통장 등 타 용도 계좌를 합치면 1200만개의 카카오뱅크 계좌가 있다. 20~30대 이용자 비중은 전체의 40%에 달하며, 장년층 이용자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인터넷은행 시장에서 중국과 더불어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모바일 환경에 맞는 사용자 경험(UX)과 친 개발자적 행보를 꼽았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는 시작 전부터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서비스를 만들었다.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을 통해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환경을 만들어 고객을 유치했다. 금융사의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금리 위주의 서비스 구성을 과감히 포기하고 사용자 이용 습관에 맞춘 '26주 적금 상품'을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정 CTO는 "아직도 PC 환경에 머무르고 있는 기존 금융사들의 인터넷 뱅킹 서비스로는 이미 모바일로 이동한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며 "모든 서비스가 모바일에서 시작되어 모바일에서 끝나는 '모바일 완결성'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주와 전산실로 대표되는 기존 금융사들의 개발환경에 대한 비판도 함께 했다. 모바일 이용자와 접점이 가장 많은 개발자를 소홀히 대함으로써 은행들이 모바일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정 CTO에 따르면 레몬에이드, 로빈후드 등 신규 인터넷 금융사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등 전통적인 금융사들도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조직 구조를 개발자 중심으로 바꾸고 자신들이 기술·AI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 CTO는 "카카오뱅크는 은행이 아니라 전체 직원의 41%가 개발자로 이뤄진 기술회사다. 개발자가 제대로 자신의 경험을 회사와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서비스 품질이 향상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 은행 조직에서 구현하기 힘들다. 모바일 시대에 맞춰 모든 조직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고 국내 은행들의 변화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