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 새 수도 짓는다
2019-08-26 16:29
자카르타 경제·산업 중심지로 남기고 새 수도는 행정수도로 이용
자카르타 과밀로 인한 교통체증·환경오염 및 지반침식 문제 지적
자카르타 과밀로 인한 교통체증·환경오염 및 지반침식 문제 지적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동부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6일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의 북프나잠파세르(North Penajam Paser)와 쿠타이카르타느가라(Kutai Kartanegara) 일부 지역을 새 수도 건설 부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은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영토인 칼리만탄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을 수마트라섬, 자바섬, 술라웨시섬 등이 둘러싸고 있어 지진이나 쓰나미,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새 부지는 다른 섬과의 연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바다와 맞닿은 점이 눈에 띈다.
수도 자카르타가 너무 비대해진 나머지 심각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이 자카르타를 생활권으로 하는 3000만 인구의 건강과 삶을 위협할 정도에 이르자 조코위 대통령은 새 수도 건설을 적극 추진해왔다. 교통체증이 자보데타벡(자카르타와 주변 생활권)의 생산성을 매년 100조 루피아(약 8조5500억원)어치 갉아먹는다는 집계도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또 약 1만7000여개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에서 지역간 소득 불평등 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조코위 대통령은 나라의 부(富)가 자바섬에 쏠리는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왔다. 자바섬은 인도네시아 인구 약 60%를 수용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56%에 이른다.
자카르타 면적의 약 20%가 해수면보다 낮으며,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인해 일부 지역이 계속 가라앉고 있다는 점 역시 수도 이전의 한 가지 배경으로 지목됐다.
인도네시아는 새 수도의 콘셉트를 현대적이고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도시로 제시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새 수도가 인도네시아의 정체성과 발전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며 자신의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왔다.
인구 약 150만 명을 수용할 새 수도를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466조 루피아로 추산된다. 인도네시아는 정부 재정뿐 아니라 민간 기업이나 민관 합동을 통해서도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가고, 2024년부터는 정부 청사 이전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알렸다. 중앙은행이나 경제 관련 부서는 자카르타에 남김으로써 자카르타에는 경제와 산업 중심지의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다만 수도 이전을 두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수도 건설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 추산액으로는 정부의 연간 인프라 지출액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실제 비용이 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경제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 여파 속에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성장률은 5.05%로 2년래 최저였다. 조코위 대통령이 공약한 7%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이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5.75%에서 5.50%로 낮추는 조치에 나섰다.
환경단체들은 수도 건설에 따르는 난개발이 현지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보르네오섬에선 펄프와 제지 원료 공급, 팜유 농장 등으로 인해 열대우림 30%가 사라졌다.